한국 기업인 막던 日, 올해는 '재계총리' 온다...달라진 한·일 재계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2.06.3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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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


"양국 기업인 방문이 자유로워지고 중단됐던 재계회의가 다시 열리는게 양국 경제계의 '해빙 무드'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30일 한 재계 관계자가 전한 재계 분위기다. 올들어 한·일 주요 경제단체들의 만남이 잇따른다. 최근 몇년간 한일 무역 분쟁과 코로나19(COVID-19) 장기화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한일 경제 관계는 여느 때보다 경색됐다. 양국 경제단체는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와 글로벌 공급망 위기 대응 등 양국이 마주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접촉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전경련은 오는 7월 4일 오전 9시30분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경단련)와 '제29회 한일재계회의'를 공동 개최한다. 일본의 '경제 3단체' 중 하나로 꼽히는 게이단렌은 도쿄 증권거래소 1부(대기업이 소속된 부) 상장기업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게이단렌의 회장은 '재계 총리'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일본 재계에서 영향력이 크다.

현 회장은 일본의 3대 재벌 그룹인 스미토모그룹의 핵심 계열사 스미토모화학을 지휘하는 도쿠라 마사카즈 회장이다. 도쿠라 회장은 게이단렌 회장 자격으로 일본 주요 재계 인사들과 내한해 회의에 직접 참석한다. 전경련과 게이단렌은 코로나19로 중단된 후 3년만에 재개되는 '한일재계회의'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일 협력과 세계질서 등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2년만에 일본을 직접 찾아 일본 재계 유력인사들과 회동했다. 반도체·전기차 배터리 등 유력산업분야는 물론 최 회장이 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회장, 시마다 아키라 NTT 사장, 사토 야스히로 전 미즈호그룹 회장 등과 한일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최 회장은 2018년 한일 무역갈등 이후 4년 동안 중단됐던 양국 상의회장단 회의를 재개하자는 제안을 미무라 아키오 일본상의 회장에게 전달했다. 오는 11월 부산에서 상의회장단 회의가 열리면 양국 재계 교류가 확대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양국 경제계가 접촉을 늘리는 것은 지난 몇년간 경색됐던 한일관계를 감안하면 반가운 신호다. 2019년 아베 신조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자 배상 판결에 반발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하면서 양국 경제관계가 얼어붙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를 이유로 한국 기업인의 일본 입국이 제한되면서 한·일 경제 가교 역할을 해오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출입국까지 제한되기도 했다.


재계는 반도체 공급망 위기 대응과 부산엑스포 유치 등 양국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 급증하면서 한일 재계 교류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적용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대일 적자 회복도 시급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1년 불화수소 수입액은 전년 대비 34% 증가했으며, 포토레지스트는 전년 대비 두 자릿수의 수입액 증가가 이뤄졌다. 같은 해 반도체 제조장비 대일 수입액은 전년보다 44% 늘어난 63억달러(한화 약 8조 1000억원)에 달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은 반도체나 전자, 배터리 등 다양한 첨단전략산업에서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는 중요한 파트너"라며 "여러 국제 이슈의 해결을 위해 한일이 무역과 투자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최태원 회장의 말처럼 불확실성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양국 경제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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