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9620원"...인상률 5%로 정한 이유, 뭔가 보니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22.06.3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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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2023년도 적용 최저임금 심의를 마친 뒤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9620원으로 결정됐다. /사진=뉴시스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2023년도 적용 최저임금 심의를 마친 뒤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9620원으로 결정됐다. /사진=뉴시스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9160원)보다 5.0%(460원)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했다. 인상률은 지난해(5.05%)와 비슷한 수준이다. 노동계가 요구하던 '최저임금 1만원 시대'는 무산됐다.

최임위는 지난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고 공익위원이 낸 단일안인 시급 9620원을 표결에 부쳐 재적 27명 가운데 출석 23명, 찬성 12명, 반대1명, 기권10명으로 가결시켰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201만580원(월 209시간 기준)이다.



앞서 공익위원은 최저임금 심의촉진 구간을 9410~9860원으로 제시하고 이 안에서 추가 수정안을 내달라고 노사에 요청했다. 그러나 심의촉진 구간을 제시한 후에도 협의가 이뤄지지 않자 올해보다 5% 오른 9620원으로 중재안을 내놨다.

공익위원 측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3개 기관의 올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취업자증가율 전망치 등을 근거로 인상률 5%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3개 기관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전망치 평균을 각각 2.7%, 4.5%로 계산해 더하고 취업자 증가율 전망치인 2.2%를 뺀 것으로 지난해와 같은 산식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박준식 최임위원장은 최저임금 결정 직후 "일반적으로 적정 임금을 산출하는 공식이고 지난해와 같은 기준으로 공익위원안을 제출한 것"이라며 "경기회복 기대감과 우크라이나 사태, 코로나19에 따른 중국의 봉쇄 등 여러가지 변수들도 함께 논의했다"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 류기정 사용자 위원(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이 2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6차 전원회의에서 이동호 근로자 위원(한국노총 사무총장)의 발언을 들으며 얼굴을 만지고 있다./사진=뉴시스최저임금위원회 류기정 사용자 위원(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이 2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6차 전원회의에서 이동호 근로자 위원(한국노총 사무총장)의 발언을 들으며 얼굴을 만지고 있다./사진=뉴시스
그러나 노사 양측은 중재안에 반발했다. 심의 법정 기한인 자정을 얼마 남기지 않고 최저임금 단일안이 표결 절차에 들어가자 근로자위원 측 민주노총 소속 위원 4명은 이를 거부하고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퇴장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익위원이 제시한 안은 실질적으로 물가 인상률에도 못 미치고 결국은 동결은 넘어 실질임금이 삭감되는 수준"이라며 "절망스럽게 생각하고 저임금 노동자들의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 계속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또 "물가상승률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최신 산식을 사용하는 게 맞다"라고 했다.


사용자위원 측에서도 9명이 전원 퇴장했다. 다만 이들은 표결 선포 이후 퇴장해 기권 처리됐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에 경기침체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5% 인상안은 영세기업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중재안 도출에 배경이 된 산식과 관련해서는 "동안 일관되게 적용됐던 산식이 아니기 때문에 지난해와 같은 방식을 적용한 것에 이의제기를 준비하려 한다"고 했다.

노사 양측의 반발 속에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은 노동계와 경영계의 최초요구안만 놓고 보면 경영계 요구에 기운 금액이다. 앞서 최임위 근로자위원 측은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18.9% 오른 1만890원을, 사용자위원 측은 9160원 '동결'을 제시했다.

이후 노동계는 △1차 수정안 1만340원(올해 대비 12.9%↑) △2차 수정안 1만90원(10.1%↑) △3차 수정안 1만80원(10%↑) 등을 제시했다. 반면 경영계는 최초요구안 이후 △1차 수정안 9260원(1.1%↑) △2차 수정안 9310원(1.6%↑) △3차 수정안 9330원(1.86%↑) 등을 요구했다.

한편 올해 최임위는 2014년 이후 8년 만에 최저임금 법정 심의 기한을 지키게 됐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오는 8월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할 예정이다.

8년 만에 법정 심의 기한을 지킨 것에 대해 박준식 위원장은 "매년 반복되는 최저임금 심의가 국민 경제와 시장의 리스크 요인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법적으로 주어진 권한인 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논의 기간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특히 크기 때문에 기간을 지키는 것이 제도 불확실성을 방지하고 합리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선례가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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