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일푼 섬 소년이 '2조 자산' 굴리는 사업가로…강방천 회장의 꿈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2.06.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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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사진=이주아 PD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사진=이주아 PD


#1960년 전남 신안의 외딴섬에 태어난 한 소년은 라디오와 지도를 벗 삼아 꿈을 키웠다. 라디오를 들으며 상상력이 커졌고 지도를 보면서 거시적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웠다. 대학에선 회계학을 공부했고 우연히 취업한 증권사에선 기업을 분석하는 재미를 알게됐다. '투자의 끼'를 만들어 준 자산들이다.

그의 끼는 펀드매니저 일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빛을 발했다. 1989년 말 상장한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에 주목했다. 당시엔 매출액도 적었고 PER(주가순이익비율)는 80~90배에 달했지만 앞으로 개인 이동통신 시대가 곧 열릴 거라고 그는 예상했다. 상장 하자마자 6만주를 매수했다. 당시 주가는 2만1000원. 1995년 매도할 때 가격은 76만원에 달했다. 3500% 수익률이다.



1993년엔 연결회계제도를 도입한다는 소식에 SBS를 자회사로 거느린 태영을 매입했다. 주가가 3배 이상 오르면서 2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1995년에는 음주운전이 줄어든다는 공익광고를 보고 투자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손해보험사 주식을 사서 짧은 기간에 2배 수익을 냈다.

1997년 펀드매니저를 그만두고 개인 투자를 시작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이 800원인 것을 보고 달러가 너무 싸다는 생각에 3400만원을 달러 예금에 넣었다.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달러 예금은 6000만원으로 불었다.



이 돈과 그 동안의 투자금을 합해 3억원의 종잣돈으로 증권주를 집중 매입했다. 외환위기 여파로 증시는 크게 흔들렸지만 그는 한국의 자본시장을 믿었다. 1200원부터 매입하기 시작한 증권주는 500원까지 떨어졌다가 곧 1만2000원까지 치솟았다. 시세차익으로 60억원 넘게 벌었다.

이 때 번 돈으로 설립한 투자자문사는 현재 2조원대 자산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로 성장했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강방천 회장 이야기다.

강 회장은 자신이 '투자의 끼'를 펼칠 수 있었던 건 '운'이었다며 겸손해했다. 1992년 한국 자본시장이 자유화할 때 증권사에서 일한 덕분에 좋은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IMF는 그를 큰 부자로 만들었다. 글로벌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코로나19 등 수많은 위기때도 마찬가지였다.


사람은 누구나 '끼'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환경 때문일수도 있고 운이 좋지 않아서 일수도 있다. 강 회장은 누구나 자신의 끼를 펼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키워 온 '투자의 끼'를 발휘해 지금에 이르게 된 것처럼 말이다.

"저는 조물주가 사람들에게 저마다의 끼를 줬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원통하게 끼를 평생 발현하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그런 점에서 전 참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일찍이 투자의 끼를 찾았고 그것을 펼칠 무대도 만났잖아요. 이제는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끼를 끄집어 낼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줘야죠."

'투자의 끼'를 펼쳐라…한국판 레딧 노리는 '탱고픽'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선보인 투자 플랫폼 '탱고픽'. /사진제공=에셋플러스자산운용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선보인 투자 플랫폼 '탱고픽'. /사진제공=에셋플러스자산운용
강 회장의 꿈은 이제 본격적인 실현 단계에 접어들었다. 투자 플랫폼 '탱고픽'을 통해서다.

에셋플러스가 지난해 11월 정식서비스를 시작한 탱고픽은 투자자들의 서로의 투자 아이디어와 전략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다.

관심종목과 관심키워드를 등록하면 개인별 맞춤형 콘텐츠를 받을 수 있다. 가치 있는 분석글 일수록 많은 투자자들에게 노출된다. 자신의 투자 아이디어를 검증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이들의 아이디어를 보면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수많은 아이디어를 지닌 제2, 제3의 강방천이 탱고픽을 통해 태어나는 셈이다.

에셋플러스의 자체 AI(인공지능) '알파로보'를 이용한 포트폴리오도 제공한다. 관심 있는 투자 키워드를 입력하면 AI가 이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는 식이다. 자신이 구성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백테스트와 모의투자를 통해 검증해 볼 수도 있다. 다른 이들이 구성한 포트폴리오와 수익률, 매매일지도 모두 공개된다.

증권사와의 제휴를 통해 매수·매도 주문을 할 수 있는 기능도 곧 생겨난다. 자신이 짠 포트폴리오나 투자 아이디어를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다. 향후에는 주식뿐 아니라 가상자산, 부동산, 연금펀드 등 서비스 대상도 확대할 예정이다. 유럽과 동남아 등 해외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출시 이후 7개월 동안 가입자는 약 1만5000명으로 늘었다.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는 약 1000여명이다. 2025년까지 가입자 500만명, 월간 활성 이용자 200만명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광고와 구독을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하고 이후 HR(인적자원), B2B(기업 대 기업) 데이터 제공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탱고픽과 유사한 형태로 유명한 서비스가 미국 최대 투자 커뮤니티인 레딧이다. 투자자들이 자신의 아디이어와 정보를 공유하고 때로는 집단 행동으로 시장을 움직이기도 한다. '밈(meme) 주식'의 본산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미국 증시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150억달러(19조원)로 평가받기도 했다.

탱고픽의 본격적인 서비스를 위해 다음달 7일 핀테크 업체 알파브릿지가 설립된다. 에셋플러스가 자본금 20억원을 출자한 100% 자회사다. 에셋플러스의 알파로보펀드를 관리했던 박주성 팀장이 대표를 맡았다.

박주성 대표는 "수 많은 투자자들이 모여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AI를 이용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다보면 그 중에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전략도 나오게 될 것"이라며 "일상에서도 다양한 투자 정보와 맞춤형 피드백을 받아 볼 수 있는 서비스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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