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대출시장 꽁꽁…장사 망한 은행 '치트키'는?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2.06.30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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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잔액 추이/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가계대출 잔액 추이/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상반기 가계대출 감소로 타격을 입은 은행이 하반기 전망도 어둡게 본다. 금리가 더 오르는 데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벽에 부딪혀서다. 이 때문에 은행권 대출 영업 경쟁이 좀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에서는 상반기를 지나며 가계대출 규모가 8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6월 매월 전월대비 감소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반기에 가계대출 시장이 살아날 여지는 적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등으로 대출 금리가 더 오를 뿐만 아니라 DSR 규제가 강화되기에 대출을 제한적으로 내줄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총 대출액 1억원 초과를 대상으로 하는 DSR 규제는 대출 소비자 3명 중 1명 꼴로 걸리기에 타격이 크다. 부동산 시장에 관망세가 이어지는 것도 가계대출에 부정적이다.

이에 은행들은 대출을 늘릴 기회를 만나면 영업력을 끌어올리며 경쟁을 벌인다. 가계대출 감소는 이자이익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은행권엔 수익성이 지난해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돈다. 다만 상반기까지 이자이익에 큰 타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장 7월1일부터는 한국씨티은행 신용대출 대환을 유치하는 일에 은행마다 열을 올린다. 씨티은행 우량 고객을 유입할 기회인 데다 신용대출 대환 규모가 8조원대에 달해서다. DSR 규제 예외인 것도 장점이다.

대환 경쟁은 금리 경쟁으로 번졌다. 씨티은행과 대환대출 제휴협약을 맺은 은행은 KB국민은행, 토스뱅크 두 곳이지만 다른 은행들은 이 협약이 무색하게 금리 혜택을 끌어올리며 고객 확보에 주력한다.

하나은행은 전용 상품을 출시하면서 최대 3%포인트의 우대금리 혜택을 내세웠다. 제휴은행의 금리 할인 폭이 0.3~0.4%포인트인 것에 비하면 큰 편이다. 우대금리가 모두 적용되면 최저 3%대 초반의 금리가 적용된다. 현재 은행권 신용대출 최저 금리가 3%대 중후반인 것을 감안하면 최저 수준이다.


우리은행도 최대 1.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하면서 최저 3%대 초반 수준으로 대출을 이용하도록 상품을 설계했다. 씨티은행 신용대출은 한도가 많이 나오는 대신 대형은행보다는 금리가 다소 높은 편이어서 하나은행, 우리은행의 금리 장점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한도 혜택도 넉넉하게 부여했다. 우리은행은 대환금액 범위 안에서 연소득의 최대 230%까지 최대 3억원 한도로 내준다. 하나은행은 대환금액 범위 안에서 최대 2억2000만원을 한도로 삼았다. DSR 규제 예외여서 가능한 한도다.

신한은행 등 다른 은행도 씨티은행 대환 전용 상품을 준비 중이다. 주요 은행이 모두 7월1일자로 전용 상품을 선보이면서 '씨티 고객 모시기' 영업 경쟁이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성장 동력을 찾는 동시에 씨티의 우량 고객을 모실 기회"라고 말했다.

8월부터는 전세자금대출 유치 경쟁이 달아오를 전망이다. 전세자금대출 수요는 가계대출 중에서 그나마 꾸준한 편인데 8월부터는 임대차보호법 적용이 만료된 매물이 시장에 풀리면서 전세대출 수요가 좀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 전셋값이 오를 가능성 때문이다.

은행들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깎으며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실수요자에 원활하게 자금을 공급한다는 명분은 덤이다. 농협은행은 전세대출 우대금리를 최근 0.1%포인트 확대했는데 7월1일부터 추가로 0.1%포인트를 얹어 총 0.2%포인트의 금리 할인 효과를 적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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