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지태, 지금 이 순간 가장 핫한 프로페서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2.06.2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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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태, 사진제공=넷플릭스유지태, 사진제공=넷플릭스


유지태는 댄디하면서 품격있고, 예술성이 짙은 배우다. 지난 필모그래피를 보면 묘한 분위기의 역할들을 다수 연기해왔고, 친근하다기보단 신비주의에 가까운 모습으로 자리를 지켜왔다. 이는 부드러움과 날이 선 다중의 눈빛을 동시에 품고 있던 그만의 특유 영역이기도 했다. 이정재, 정우성, 이병헌 등 또래배우들이 하나 둘 대중친화적인 행보를 보일 때에도, 그는 조급한 기색없이 신비주의 배우로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한 작품 속에서 유지태는 신비주의란 알을 깨고 나온 모습이다. 넷플릭스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 교수 역으로 말이다. 유지태 스스로도 "이젠 대중과 가까워지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며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을 들려준다.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이라는 작품 선택부터 그는 더 넓은 세상으로 자신을 꺼내놓았음을 알 수 있다. 본 작품의 원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에서도 두터층 팬층을 지닌 흥행작이다. 때문에 한국 리메이크가 확정됐을 때 캐스팅 과정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본 작품의 핵심 인물인 교수 역을 누가 할지는 가장 큰 이슈였다. 유지태가 캐스팅에 이름을 올렸을 때, 모두의 반응은 하나였다. '한국판도 기대해도 되겠다.'



지금 국내에서 엇갈리는 평가와 달리 '종이의 집: 공동경제 구역'은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2위에 올랐다. 비영어권 부문에선 무려 1위다. 대중성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니, 그 목적은 이룬 셈이다. 대중과 가까워지고자 했던 유지태의 소기의 목적도 이뤄졌다.

뛰어난 두뇌를 지녔지만 지극히 사회성이 부족했던 원작 속 교수는 너드미를 더한 '뇌섹남'의 면모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였다. 범죄자라는 특수성이 마냥 너드미의 전형을 따르지 않았고, 한수를 던질 때 특유의 맹수 같은 눈빛으로 극에 카타르시스를 불어넣었다. 결코 연기하기 쉽지 않은 역할이다. 유지태는 이 같은 인물을 연기하면서 다른 고민도 가져야 했다. 원작 캐릭터를 고스란히 살릴 것인지, 아니면 자신만의 교수를 새로 완성할 것인지 말이다. 유지태의 결정은 새로운 교수였다. 그가 연기한 교수는 사회성이 만랩인, 너드미를 지녔지만 이마저도 거짓으로 연기하는 새로운 접근으로 교수를 완성했다.



유지태, 사진제공=넷플릭스유지태, 사진제공=넷플릭스
원작이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어요. 그럼에도 '종이의 집'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교수 역할은 아마 모든 배우들이 다 하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제가 여태껏 빌런 역할을 많이 했고, 대표작이 '올드보이' 같이 무겁고 작품성 강한 역들이 많았어요. 교수는 순수하면서도 모호한 인물이에요. 범죄자에 순수성이 뒤섞인 섹시한 느낌이 있죠. 누구라도 하고 싶어했을 역할이에요."


캐스팅 과정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은 저희 소속사에서 제작, 기획에 참여한 작품이었어요. 교수 역할이 저와 잘 어울릴 것 같다면서 스페인 IP를 사온 케이스였어요. 저한테는 정말 감사한 상황이었죠. 제가 워낙 작품성 있는 작품들을 저만의 소신대로 골라왔는데, 그러다 보니 대중성이 멀어진 경향이 있었어요. 이번 작품은 회사 식구들과 논의하면서 저의 대중성을 확장시키고자 한 과정이었어요."

원작 캐릭터를 어느 정도까지 유지하려고 했고, 다르게 표현하려고 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표현하려는 캐릭터들은 오롯이 저의 감정이나 생각을 담으려고 해요. 제가 캐릭터를 품게 되면 저만의 몸짓들이 자연스럽게 나와요. 메소드로 접근하려고 하죠. 극 속에서 안경을 많이 잡는다든지 손을 만지작대는 것 등 여러가지 제스처가 그냥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전개가 치열하고 액션이나 심리전 등 전방위적인 디테일이 필요했던 작품이었는데,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저의 경우는 혼자 모놀로그하듯 감독님과 둘이 대사를 치면서 촬영해야 했어요. 가끔 (김)윤진 선배님과 멜로신을 찍기도 했지만요. 뭐랄까 '좀 외롭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특히 코로나19 시기였어서 회식도 못하니까 배우들과 의기투합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런 부분이 아쉬웠어요."

유지태, 사진제공=넷플릭스유지태, 사진제공=넷플릭스
다른 어려움도 있었을 듯해요.

"사실 드라마를 찍어본 배우이다 보니까 이런 거에는 익숙해요. 드라마는 일주일에 60분짜리를 두 편 찍으니까 빠르게 찍는 거에 대해선 크게 부담은 없었어요. 감독님이 지문 같은 걸 읽어주시면 맞춰서 대사를 했죠. 디테일을 파고 싶고 설명신 같은 경우가 굉장히 휙휙 지나갈 수 있는 장면들이었거든요. 커트를 잘라주고 장르의 신들을 잘라줬으면 좋았겠다 싶긴 했어요."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은 남북 통일을 앞둔 배경이고, 불안한 사회에서 돈을 노리는 사람들을 그린 작품이다 보니 돈의 의미에 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에요.

"어렸을 때는 돈이 행복의 기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하고싶은 배우 활동을 하고 있는 것뿐이고, 환경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요."

교수를 관통하는 대사를 꼽아보자면요?

"'범죄 역사의 혁명으로 기록될 거라는 거다'라는 대사요. 보통은 조폐국을 턴다고 생각하는데, 저희는 돈을 찍어내는 거잖아요. 특히 교수는 자기가 모든 걸 통제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 아래 목표 의식이 분명했고, 그만큼 자기신뢰가 있었기에 할 수 있던 말이라고 생각해요."

드라마 속 강도들처럼 만약 4조라는 돈이 생긴다면 어떻게 쓰고 싶나요?

"4조가 제 수중에 생긴다면 한국의 빚을 갚는데 쓸게요.(웃음)"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에 대한 간략한 평을 말하자면요?

"K-콘텐츠의 장점을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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