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반도체 인력, 한시가 급하다

머니투데이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2022.06.29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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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희 부회장우태희 부회장


이달 초 윤석열 대통령은 교육부를 포함한 정부 내 모든 부처가 반도체 인재양성을 위해 특단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제와 안보의 핵심자산인 반도체산업을 발전시키려면 기술개발은 물론 인재양성에 올인해야 한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와 업계가 함께 총력을 기울인다면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본다.

메모리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는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렸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산업은 매년 1600명의 인력(2020년 기준)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최소인력을 기준으로 집계한 수치라 업계가 체감하는 인력난은 더욱 심각하다. 매년 대학에서 배출되는 관련 전공 졸업생은 650명뿐이고 이중 석·박사급 인재는 150여 명에 불과하다. 소재·부품·장비업체까지 포함해 국내 반도체 관련 연간 채용규모가 1만명에 달한다고 볼 때 대학의 인력공급은 전체 수요의 7%에도 못 미친다.



이전 정부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K반도체 발전전략'을 세우고 10년간 반도체 인력 3만6300명(대학 학과 증원 1500명, 전문학사 1만4400명, 석·박사 7000명, 실무 1만3400명)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어느 대학에서 구체적으로 몇 명을 양성할지 정하지 않았고 타 학과와 정원조정을 통해 추진하는 방식이어서 현실성이 없었다. 한정된 공과대학 정원에서 반도체학과 정원을 늘리려면 타 학과 고참 교수님들의 양보를 받아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더구나 수도권 대학 정원규제는 고등교육법을 담당하는 교육부 혼자 풀 수 없다. 수도권정비계획법상 대학은 인구집중유발시설로 분류돼 공장, 업무용 건축물 등과 함께 규제대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국토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한 수도권정비심의위원회에서 국가적 필요성을 이유로 의결하면 예외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즉, 법률개정 없이도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수도권에 반도체학과 신설이나 증원이 가능한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학과의 정원은 2008년 141명에서 10년 만에 745명으로 5배 넘게 늘었다. 반면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는 지난 15년간 정원이 55명으로 묶여 있다가 지난해에야 겨우 15명 증원돼 70명이 됐다. 반도체학과에서도 이 같은 우(愚)를 또다시 범한다면 우리 반도체산업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다행히 새 정부가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앞으로는 교원만 확보되면 대학원 증원을 허용하고 공과대학의 교육시설 확충과 실습장비 고도화를 위한 지원도 늘려나간다고 하니 산업계의 기대가 크다.

국가적 난제인 만큼 함께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대학정원을 늘려도 당장 가르칠 교수가 부족하고 클린룸 등 장비투자를 위한 예산확보도 문제다. 여기에다 비수도권 대학의 반발, 수도권 대학 내 다른 학과와의 갈등 등도 우려된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가 반도체 인력양성임을 명심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국가자원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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