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또 다시 폭락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들이 루블화를 공개하고 있다. 미국 CNN에 따르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제재 가능성이 논의되면서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2022.03.08.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가 1억달러(약 1286억원) 규모의 외화표시 국채 이자를 전날까지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디폴트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해당 이자의 원래 지급일은 지난달 27일이었으나 이날(26일)까지 30일간 상환 유예기간이 적용됐다.
러시아 정부는 국제 예탁 결제 회사인 유로클리어에 이자 대금을 달러·유로화로 보냈고, 유로클리어가 개별 투자자의 계좌에 입금함으로써 상환 의무를 완료했다는 입장이다.
러시아의 디폴트는 예견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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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디폴트는 1918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처음이다. 당시 혁명 주도 세력이었던 볼셰비키가 차르(황제)의 부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러시아는 1998년 모라토리엄(채무 지급 유예) 선언을 한 적이 있지만, 이는 외화 표시 국채가 아니라 루블화 표시 국채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의 공식 디폴트 선언은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채무 불이행 여부는 주요 신용평가사가 판단하는데 제재 때문에 이들이 러시아의 국채를 평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채권 증서에 따르면 미수 채권 보유자의 25%가 동의하면 '디폴트 사건'(Event of Default)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이미 러시아가 국제 금융체계에서 고립돼 있다 보니 이번 디폴트는 실질적인 의미가 없다는 해석도 있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채무 불이행은 상징적"이라며 "러시아 정부는 이미 (제재 때문에)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할 수 없고 대부분 국가에서 돈을 빌릴 수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