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자료사진) /사진=인천=이기범 기자 leekb@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최근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찾은 카타르 도하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합 LCC는 진에어 브랜드로 인천에서 운항한다"며 "부산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지만 제 2의 허브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급과잉은 출혈경쟁으로, 출혈경쟁은 실적악화로 이어졌다.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영업손실 329억원을 기록했고 티웨이항공도 같은해 영업손실 192억을 기록하는 등 업계가 부진을 겪었다. 일본 불매운동, 환율·유가 상승 등 대외적인 악재로 여행 수요가 감소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출혈경쟁에 나서면서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뒤에도 각 LCC는 같은 생존전략을 택했다. 이른바 '1만원 티켓' 판매가 계속되는 등 출혈경쟁을 이어갔고, 그럼에도 수요 감소를 극복하지 못해 적자의 늪에 빠졌다. 제주항공의 경우 지난해 영업손실 3172억원을 기록하는 등 업계 전체가 빚과 정부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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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통합 LCC가 출범할 경우 이같은 공급과잉에 따른 경쟁도 어느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통합시 국내 LCC 업체는 제주항공·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에어로케이·플라이강원·진에어·이스타항공 등 7곳으로 줄어들며,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의 중복 노선이 많은 만큼 그 규모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조원태 회장도 글로벌 항공전문지 '플라이트글로벌'과의 인터뷰에서 합병 이후 다양한 항공기를 운영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기종이 다양해지는 것은 결코 이상적이지 않다"며 "항공기 기종을 단순화하고 싶지만 지금은 어려워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티켓 가격 인상과 선택지 감소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플레이어 자체가 사라지면서 경쟁이 줄어들고 소비자 선택이 줄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그간 경쟁을 통해 기초체력이 낮아지면서 항공사가 파산하는 등 업계가 어려움을 겪었고, 이런 사태가 지속될 경우 다른 형태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통합 LCC가 출범한다고 해도 독과점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사의 통합 조건으로 노선 반납을 요구한 가운데, 아직 심사 중인 일본·중국·미국 등에서 더 많은 노선 반납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유럽연합(EU)이 조선사 합병을 불허하면서 EU에 대한 주목도가 올랐지만 오히려 일본·중국·미국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일본·중국은 통합하는 업체들의 네트워크가 너무 겹치기 때문에 공정위가 요구한 것보다 더 강도 높은 노선 반납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