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의 '통합 LCC' 구상…3사 합치면 티켓값 오를까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2.06.2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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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자료사진) /사진=인천=이기범 기자 leekb@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자료사진) /사진=인천=이기범 기자 leekb@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따른 초대형 통합 저비용항공사(LCC)의 탄생을 두고 LCC 업계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통합시 국내 LCC는 9개에서 7개로 줄어드는데, 업계에서는 공급과잉이 초래한 출혈경쟁이 어느정도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이 완료되면 각각 산하로 둔 LCC들을 하나로 통합할 계획이다. 한진그룹은 이를 위해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진에어 주식을 대한항공에 전량 매각하는 등 지배구조도 개편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에어부산·에어서울과 진에어를 통합해 진에어 브랜드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최근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찾은 카타르 도하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합 LCC는 진에어 브랜드로 인천에서 운항한다"며 "부산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지만 제 2의 허브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항공업계에서는 그동안 시장 규모에 비해 LCC업체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LCC업계(제주항공·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서울·에어부산·진에어·플라이강원)의 연간 좌석 공급은 5353만1955석으로, 이용객 4510만3165명보다 많았다.

공급과잉은 출혈경쟁으로, 출혈경쟁은 실적악화로 이어졌다.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영업손실 329억원을 기록했고 티웨이항공도 같은해 영업손실 192억을 기록하는 등 업계가 부진을 겪었다. 일본 불매운동, 환율·유가 상승 등 대외적인 악재로 여행 수요가 감소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출혈경쟁에 나서면서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뒤에도 각 LCC는 같은 생존전략을 택했다. 이른바 '1만원 티켓' 판매가 계속되는 등 출혈경쟁을 이어갔고, 그럼에도 수요 감소를 극복하지 못해 적자의 늪에 빠졌다. 제주항공의 경우 지난해 영업손실 3172억원을 기록하는 등 업계 전체가 빚과 정부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통합 LCC가 출범할 경우 이같은 공급과잉에 따른 경쟁도 어느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통합시 국내 LCC 업체는 제주항공·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에어로케이·플라이강원·진에어·이스타항공 등 7곳으로 줄어들며,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의 중복 노선이 많은 만큼 그 규모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조원태 회장도 글로벌 항공전문지 '플라이트글로벌'과의 인터뷰에서 합병 이후 다양한 항공기를 운영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기종이 다양해지는 것은 결코 이상적이지 않다"며 "항공기 기종을 단순화하고 싶지만 지금은 어려워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티켓 가격 인상과 선택지 감소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플레이어 자체가 사라지면서 경쟁이 줄어들고 소비자 선택이 줄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그간 경쟁을 통해 기초체력이 낮아지면서 항공사가 파산하는 등 업계가 어려움을 겪었고, 이런 사태가 지속될 경우 다른 형태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통합 LCC가 출범한다고 해도 독과점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사의 통합 조건으로 노선 반납을 요구한 가운데, 아직 심사 중인 일본·중국·미국 등에서 더 많은 노선 반납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유럽연합(EU)이 조선사 합병을 불허하면서 EU에 대한 주목도가 올랐지만 오히려 일본·중국·미국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일본·중국은 통합하는 업체들의 네트워크가 너무 겹치기 때문에 공정위가 요구한 것보다 더 강도 높은 노선 반납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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