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20달러 또 갈 수도…'S의 공포' 원자재로 대비하라"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2.06.2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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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물가가 연일 고공 행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발 신냉전으로 세계화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며 원유, 밀, 옥수수 등 원자재의 공급 불확실성이 인플레이션으로 번진 것이다.



최근 들어 긴축 경계심과 경기 침체 우려감에 현재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강세가 잠시 주춤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17년 간 원자재 시장을 분석한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을 포함한 서방국가와 러시아 간의 갈등으로 탈(脫)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원자재 시장의 공급 사슬이 복잡해지고 있다"며 "7~8년 전 저유가 시대로 다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유가 배럴당 80~120달러…"천연가스 장기적 가격 강세 보일 것"
2014년 셰일가스가 등장한 이후 장기간 동안 저유가 상태가 지속됐다. 거기에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 펜데믹 여파로 수요까지 위축되자 2020년 초 유가(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0~40달러 선에서 유지됐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럽, 중국 등지에서 전력난이 심화됐고 세계 석유 수출국 2위인 러시아의 공급이 막히자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상승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배럴당 122.11달러까지 뛰었고 현재는 100달러 선에서 머무르고 있다.

황 연구원은 원유의 공급 불확실성을 키우는 정치·지정학적 이슈가 아직 해소되지 않아 올 하반기에도 유가는 배럴당 80~120달러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황 연구원은 "서방 국가의 대러 제재 강도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로 대표되는 OPEC+(원유 수출국 협의체) 간의 증산 협상 타결 여부 등이 확실시 정해지지 않은 상황은 유가의 하방경직성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도 과거 셰일가스를 과잉 생산해 관련 업체들이 무더기 도산에 빠졌던 경험이 있어 대규모로 셰일가스를 생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7~8월 휴가 시즌과 맞물려 수요가 늘기에 큰 폭의 원유 증산이 있지 않는 이상 유가가 현 수준에서 가파르게 하락하긴 힘들다"고 했다.


원유와 더불어 천연가스 역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초부터 세계 천연가스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유럽으로의 공급을 끊자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했다. 최근 미국 LNG(액화천연가스) 수출 터미널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이 이번달 고점 보다 약 32% 빠졌으나 황 연구원은 단기적인 하락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황 연구원은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재고 급증 우려로 하락했으나 향후 이미 높아진 유럽과 아시아 천연가스의 선물가격을 따라 연말까지 100만 BTU(열량단위) 당 10달러 선에 도달할 것"이라며 "미국이 2030년까지 유럽에 500억입방미터의 LNG를 공급하기로 한 만큼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120달러 또 갈 수도…'S의 공포' 원자재로 대비하라"
금, 은 매수 신중히…구리, 아연 등 산업금속도 눈여겨봐야
올해 초 긴축 우려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안전자산이 선호되자 귀금속인 금과 은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쏠리면서 강세가 유지되고 있다. 올해 초 온스당 1800달러 선을 유지하던 금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지난 3월8일 온스당 2049.9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황 연구원은 지금은 귀금속에 대한 신중한 투자를 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스테그플레이션으로 공격적인 통화 긴축이 진행되는 국면에선 금과 은의 인플레이션 헷지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금은 하반기에도 온스당 1700~2050달러, 은은 20~25달러의 박스권에서 가격이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강력한 긴축으로 실질금리가 상승하면 인플레이션 헷지 수요가 줄어들고 금과 은의 변동성도 커진다"며 "내년 하반기까지 장기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이어진다고 생각한다면 금을 매수하되 은을 매도하는 투자전략은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귀금속과 반대로 구리, 알루미늄, 아연 등의 산업금속은 올해 초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선행지표로 불리는 구리의 선물가격은 지난 23일(현지시간) 기준 파운드당 3.739달러를 기록하며 올해 초보다 15.17% 하락했다. 전세계 산업금속 수요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봉쇄에 들어가면서 수요 위축 우려가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황 연구원은 하반기엔 산업금속 중 구리와 아연이 가격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중국의 수요가 회복되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의 경기 부양 의지가 강하게 나오면 구리와 아연 등 산업금속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거기에 주 생산국인 칠레, 페루 등지에 '뉴 핑크타이드'(좌파 득세)가 두드러지며 광산 국유화, 높은 과세로 산업금속의 공급망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가 120달러 또 갈 수도…'S의 공포' 원자재로 대비하라"
농산물에 주목하라!…"대체투자 수단으로 원자재 매력적이다"
황 연구원은 하반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원자재 시장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상대적으로 경기에 둔감하고 수급전망이 타이트한 농산물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최근 밀, 옥수수 등 농산물 가격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에그플레이션(곡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황 연구원은 "농산물의 경우 수요·가격 탄력성이 미미해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충격들이 가격에 영향을 준다"며 "3년 연속 라니냐가 지속될 확률이 높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한 비료값 영향으로 높은 가격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겨울밀 수확 속도가 빠르고 지난 4~5월 간 심었던 봄밀의 작황우수등급이 높게 나오면서 단기 차익실현으로 미국 밀 가격이 하락했다"면서도 "인도의 폭염 발생으로 인한 밀의 내수 소비가 증가하는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에그플레이션이 하반기로 갈수록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증시의 약세장이 계속되고 있는 현재 황 연구원은 대체투자 수단으로서 원자재 투자에 나서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전체 자산 중 5~10% 정도를 원자재에 투자하고 종합 원자재 보다 개별 원자재 섹터를 담은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를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황 연구원은 "장기적인 에너지 믹스가 변하고 화석연료에서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수혜를 볼 수 있는 원자재에 주목해보는 게 좋다"며 "해외 ETF인 DBA, DBB, UNG ETF(티커 명) 혹은 국내 ETN인 KODEX 3대농산물선물(H) (9,270원 ▼130 -1.38%), TIGER 금속선물(H) (6,255원 ▲75 +1.21%) 등이 유효한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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