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뱅 따라 방망이 고쳐잡은 '28세 루키', KBO 3번째 이병규는 이제 시작이다

스타뉴스 김동윤 기자 2022.06.2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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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병규가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2022 KBO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 6회초 1사 만루에서 3타점 3루타를 때려낸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사진=OSEN키움 이병규가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2022 KBO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 6회초 1사 만루에서 3타점 3루타를 때려낸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사진=OSEN


올해 40주년을 맞이한 KBO리그에는 총 3명의 이병규가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라뱅' 이병규(48) 현 LG 트윈스 퓨처스 타격 코치고 그다음으로는 '작뱅' 이병규(39) 현 롯데 자이언츠 2군 타격코치가 있다. 마지막 이병규(28)는 키움 히어로즈의 외야수다. 광주 서석초-배재중-배재고-송원대를 졸업한 그는 2017년 2차 7라운드 67순위로 넥센(현 키움)에 지명됐다.

어린 시절부터 동명이인 선수들의 영향을 많이 받은 '막내' 이병규였다. 라뱅을 따라 방망이를 좌타로 고쳐 잡고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면, 작뱅을 보면서는 이병규란 이름의 무게감을 느꼈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이병규는 "두 이병규 선배 모두 타격을 잘하던 분들이다. 나도 좋은 타격을 보여 팬들에게 '역시 이병규는 타격을 잘하는 이름이구나'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었다.



그러던 올해 4월 2일 고척 롯데전에서 입단 6년 만에 1군 무대를 밟으면서 KBO리그에는 세 번째 이병규가 탄생했다. 4월 12일 고척 NC전에서 첫 득점과 도루를 성공했고, 6월 4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상대 실책 덕분에 데뷔 첫 타점을 올리며 극적인 4:3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좀처럼 KBO리그 첫 안타가 나오지 않았다. 이날 대구 삼성전 전까지 이병규의 1군 기록은 14경기 14타석 무안타. 선발로 나선 4월 7일 고척 LG전을 제외하면 주로 대타, 대주자로 나섰기에 좀처럼 타격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좌익수 겸 8번 타자로 데뷔 후 두 번째 선발 기회를 잡은 이날 경기에서도 첫 두 타석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상대는 삼성의 에이스 원태인이었고 첫 타석에서는 3구삼진, 두 번째 맞대결도 3구 만에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그래서였을까. 키움이 1-0으로 앞선 6회초 1사 2, 3루에서 삼성 배터리는 이지영을 자동 고의4구로 걸렀다. 앞선 타석에서 안타를 때려낸 이지영이었기에 16타석 연속 안타가 없는 이병규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키움 이병규./사진=OSEN키움 이병규./사진=OSEN
이번에도 원태인과 이병규의 승패는 3구째에 갈렸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1스트라이크 1볼에서 원태인은 시속 126km의 체인지업을 던졌고, 이병규는 정중앙으로 들어오는 실투를 놓치지 않고 라이온즈파크 우중간 담장을 향해 보냈다. 이 타구는 라팍 가장 깊숙한 곳에 떨어졌고 삼성 중견수 김현준이 한 번에 포구를 하지 못하면서 싹쓸이 3타점 3루타가 됐다.

누구도 기대않던 28세 루키의 짜릿한 한 방에 팽팽하던 경기의 균형이 깨졌고 결국 키움의 6-1 승리와 3연전 스윕이란 결과로 이어졌다. 경기가 없던 1위 SSG와 2경기 차로 좁히는 귀중한 승리였다.


이병규는 동명이인의 선배들처럼 콘택트 능력과 출루에 강점을 지닌 선수다. 퓨처스리그 통산 89사사구(83볼넷 6몸에 맞는 볼) 104삼진을 바탕으로 한 높은 출루율(0.383)이 이를 증명한다.

학창 시절 수술과 재활로 프로 데뷔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프로에 와서는 1군 데뷔까지 5년, 첫 안타까지는 15경기 16번의 타석이 필요했다. 하지만 자신의 첫 안타를 상대 에이스를 상대로 강렬한 한 방으로 장식했다. 이제부터 시작인 28세 루키에게 이 첫 안타가 어떻게 작용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키움 이병규가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2022 KBO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 6회초 득점에 성공한 뒤 키움 선수단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OSEN키움 이병규가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2022 KBO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 6회초 득점에 성공한 뒤 키움 선수단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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