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갑이라도..." 황인범과 동행, 그 정도로 간절한 FC서울

스타뉴스 김명석 기자 2022.06.2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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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황인범. /사진=FC서울 SNS 캡처FC서울 황인범. /사진=FC서울 SNS 캡처


"남대문시장에 가서 이미테이션(가짜) 수갑이라도 하나 사려고요(웃음)."

이달 말 FC서울과 계약이 만료되는 황인범(26)의 거취에 대한 질문에 안익수(57) 감독이 웃으면서 답했다. 감독 입장에선 그 정도로 황인범과 동행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표현이었다. 안 감독은 22일 울산현대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황인범이 서울과 함께 좋은 추억, 좋은 스토리를 계속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수갑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만큼 안 감독이 황인범의 잔류를 원하는 건 그만큼 그가 서울 중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팀 합류가 늦었던 데다 부상까지 겹치면서 지난달에야 그라운드를 밟기 시작했지만, 황인범은 출전할 때마다 '남다른 클래스'를 선보이며 서울 중원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본격적인 순위 경쟁에 돌입하는 시점, 감독 입장에서 국가대표 미드필더이기도 한 황인범과 동행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러시아 루빈 카잔에서 뛰던 황인범은 지난 4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축구연맹(FIFA) 특별 규정을 통해 일시적 자유계약 신분으로 서울과 계약을 맺었다. 올해 6월까지 단기 계약이었다. 그런데 최근 FIFA가 이 규정을 1년 연장하기로 하면서 황인범의 거취가 큰 이슈가 됐다. 당초 6월 말 계약이 끝나면 루빈 카잔으로 복귀해야 했지만, 이제는 1년 간 다양한 선택이 가능해진 것이다.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현대전에서 FC서울 서포터스가 황인범의 잔류를 기원하는 플래카드를 걸고 응원을 펼치고 있다.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현대전에서 FC서울 서포터스가 황인범의 잔류를 기원하는 플래카드를 걸고 응원을 펼치고 있다.
황인범의 잔류를 바라는 건 비단 안 감독만이 아니다. 팬들도, 그리고 구단도 황인범과 동행이 계속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팬들은 지난 슈퍼매치에선 '이러고 떠나면 '인'제는 '범'죄'라는 현수막을, 이날 울산전에선 '#서울人범#범in서울' 현수막을 각각 내걸며 황인범의 잔류를 바라는 뜻을 드러냈다. 안익수 감독은 "서울과 계속 스토리를 만들어갔으면 하는 건 팬분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황인범 입장에서도 거취를 두고 고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 구단과 팬을 외면한다는 뜻이 아니라, 축구선수로서 발전을 위한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유럽 구단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울산전을 마친 뒤에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 브라질과 평가전을 통해 느꼈다"며 서울 잔류보다는 유럽 무대로 돌아가겠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남겼다.

그럼에도 구단은 우선 황인범의 결심이 완전히 서기 전까진 그야말로 최선을 다해 계약 연장을 설득해보겠다는 게 입장이다. 계약 당시 'FIFA의 특별 규정이 변동될 경우 시즌 말까지 함께 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다'는 내용이 더해지긴 했지만, 이는 서울과 6월 계약이 끝난 뒤 K리그 내 이적과 관련된 문제일 뿐 유럽 복귀와는 무관한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으로 복귀한다면 황인범의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적어도 최대한 노력을 다해 황인범을 계속 설득한다는 게 구단 계획이다.


구단 관계자는 "구단 입장에서도 워낙 필요한 선수인 데다 팬들도 간절히 원하는 만큼 계속 같이 하자고 설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6월 말까지는 계약이 되어 있는 만큼 최대한의 노력을 다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달 서울의 남은 경기는 25일 인천유나이티드전(K리그), 29일 부산교통공사(K3·FA컵)전이다.

FC서울 황인범.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FC서울 황인범.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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