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에 휴식 주고 싶었다" 오타니의 '강판 거부 2회', 13K 새 역사보다 빛났다

스타뉴스 김동윤 기자 2022.06.2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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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오른쪽)./AFPBBNews=뉴스1오타니 쇼헤이(오른쪽)./AFPBBNews=뉴스1


일본 만화 속 열혈 주인공들이 꼭 이랬다.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가 만들어낸 메이저리그 새 역사 뒤엔 두 번의 강판 지시를 거부한 고집과 책임감이 있었다.



오타니는 23일 캔자스시티와 2022 메이저리그 홈경기에서 8이닝 2피안타 1볼넷 13탈삼진 무실점으로 도미넌트 스타트(8이닝 이상 1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에인절스는 5-0으로 승리하며 2연패를 끊었고 오타니는 선발 3연승으로 시즌 6승(4패)째를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3.28에서 2.90으로 낮췄다.

역사적인 피칭이었다. 전날(22일) 타자로서 한 경기 개인 최다 타점인 8타점을 올린 오타니는 이날은 투수로서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인 13개를 뽑아냈다. MLB.com에 따르면 1920년 타점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8타점을 기록한 다음날 10개 이상의 탈삼진을 뽑아낸 선수는 오타니가 유일하다.



최고 시속 99.9마일(약 160.7km), 평균 96.9마일(약 155.9km)의 포심 패스트볼과 평균 84.4마일(약 135.8km)의 슬라이더에 캔자스시티 타자들은 추풍낙엽이었다. 총 14번의 헛스윙을 끌어냈고 이미 7회초까지 12개의 삼진을 잡아내면서 에인절스의 1-0 리드를 이끌고 있었다.

타자로서 연장 11회까지 풀타임 출전하고 그 다음 날, 선발 투수로 96개의 공을 던진 상황. 필 네빈 LA 에인절스 감독 대행으로서는 충분히 오타니를 내릴 수 있었다. 일본 매체 풀카운트,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네빈 감독 대행은 오타니에게 총 두 번의 강판을 명령했다.

필 네빈 LA 에인절스 감독 대행./AFPBBNews=뉴스1필 네빈 LA 에인절스 감독 대행./AFPBBNews=뉴스1
1-0으로 앞선 7회말 네빈 감독 대행은 타석에 나서려는 오타니를 붙잡았다. 하지만 오타니는 "이것은 내 게임이다. 난 아직 던질 수 있다"고 단호하게 거부했다. 타석에 들어선 오타니는 삼진, 하지만 루이스 렝기포와 데이비드 맥키넌이 연속 1타점 적시타를 때리며 3-0을 만들었다.


7회말이 끝나고 네빈 감독 대행은 8회초 마운드에 오르려는 오타니에게 다시 한 번 교체를 지시했다. 이번에도 오타니는 거절했고 결국 에마뉴엘 리베라를 루킹 삼진으로 처리하며 8회초를 끝내고 역사적인 13탈삼진 경기를 완성했다.

두 번째 강판 지시를 거부한 이유에 대해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알려졌다. 오타니는 "지금 팀 상황이 어떤지 알고 있었다. 마이크 트라웃, 재러드 월시 등 주요 선수들이 휴식을 취했고, 내일은 우리 팀이 경기가 없기 때문에 그들(불펜)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국 강한 책임감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만화주인공과 다름 없는 오타니에 네빈 감독 대행과 동료 선수들은 "믿을 수 없는 날이었고, 믿을 수 없는 퍼포먼스였다"는 감탄사로 화답했고, 언론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의 다니엘 게레로는 "100년 뒤의 사람들은 오타니가 진짜 사람이라고 믿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CBS 스포츠의 닉 파르코는 "오타니는 다른 행성에서 온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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