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법에 은행 공적 기능 있다"에 은행권 "법치로 포장한 관치"

머니투데이 이용안 기자, 김상준 기자, 오상헌 기자 2022.06.24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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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폭·속도 공감대 형성 필요"…은행권 긴장 '관치' 우려도 나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금감원장-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금감원장-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헌법과 은행법과 관련 규정에 따라 은행의 공공적 기능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23일 밝혔다.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에 이은 금리 인하 압박에 은행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여당 원내대표까지 은행의 고통분담을 강조하면서 은행권은 '대출금리 인하'를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연구기관장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헌법'을 언급하며 은행의 공적 기능을 강조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20일 은행장과의 첫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 인하 압박은 여당에서도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시중은행들이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로 과도한 폭리를 취했다는 비판이 계속돼 왔는데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통 분담 노력을 함께 해야한다"고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일 "금리 상승 시기에 금융 소비자 이자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금융 당국과 기관들이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민·취약차주 지원을 위한 민·관의 노력을 강조한 것이다.

이 원장은 "시장에서 자율적인 금리 결정, 기업의 자체적인 원가산정, 이익 등에 영향을 미치고 싶은 생각은 없고 그럴 수도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은행은 상법에 따른 주주이익뿐 아니라 공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주주들도 충분히 이해하리라 믿고, 주주이익을 대표하는 임원진도 그 뜻을 같이 하고 있다"며 "지난 간담회를 비롯한 여러 자리에서 금리 상승기에 금리 인상폭과 속도에 대해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 금융당국 수장이 연일 은행의 역할을 강조하자 주요 은행들은 대출금리 인하를 위해 가산금리 조정 작업에 일제히 착수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내리든, 예금금리를 올리든 생각보다 더 빨리 예대금리 차를 조정해야 하는 분위기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금융위는 10대 금융지주 총괄 부사장을 소집해 취약계층 금융애로 해소 방안과 함께 금융규제 혁신추진방향도 논의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디지털 관련 규제 완화 단계도 밟고 있다"며 "국내 은행들도 글로벌 은행이 되려면 이자이익 비중을 줄여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관치'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에 공적 기능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만 은행의 공적 기능이 명시돼 있지는 않다"며 "은행이 공적 역할을 부정하진 않지만 법을 근거로 든 것은 법치로 포장한 관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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