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달러" 美의 독주…韓 원화, 日엔화 다음으로 맷집 약했다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22.06.24 05:41
글자크기

세계 주요국 통화 환율 비교해보니…
달러 확연한 강세, 日·韓 등 특히 빠져…
주식 급락하는데 달러인덱스 13% 껑충,
"달러 쥔 사람이 승자, 强달러 계속될 듯"

세계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주식과 채권을 팔아 미국 달러를 손에 쥐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일본 엔화, 스위스 프랑 등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통화들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세계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주식과 채권을 팔아 미국 달러를 손에 쥐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일본 엔화, 스위스 프랑 등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통화들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세계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가 독주하고 있다. 가파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경기침체 우려, 글로벌 공급망 불안,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확실성이 고조하면서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 수요가 점점 더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던 일본 엔화가 망가진 지는 이미 오래됐고, 스위스 프랑마저 흔들리고 있다. 원화는 23일 종가 1301.80원으로 13년 만에 1300원을 넘었다. 이미 세계 투자 큰손들은 주식·암호화폐 등 위험자산을 정리해 달러 현금을 쥐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세계 주요 6개 통화(엔·프랑·유로·파운드·캐나다달러·크로나) 대비 미국 달러의 평균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올 들어 이날까지 8.59% 상승했다. 최근 1년간 상승률은 13.4%에 달한다.



이는 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주요국 통화 가치가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시장이 위기를 맞았을 때 달러와 함께 피난처로 꼽혔던 일본 엔화, 스위스 프랑 등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계속 벌어지면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투자자가 늘어 엔저 현상이 두드러진다.

"닥치고 달러" 美의 독주…韓 원화, 日엔화 다음으로 맷집 약했다
이날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가치는 장중 136.72엔까지 떨어졌다. 이는 1998년 10월 이후 24년 만에 최저치다. 달러당 115엔대 환율을 유지하던 지난해 말보다는 18.4%, 1년 전인 지난해 6월보다는 22.8% 가치가 추락했다.



엔화 다음으로 최근 1년간 달러 대비 가치가 떨어진 주요국 통화는 스웨덴 크로나(-19.1%), 영국 파운드(-13.8%), 유럽연합(EU) 유로(-12.8%) 등이다. 캐나다 달러(-5.2%), 스위스 프랑(-4.6%) 등은 비교적 덜 떨어졌다. 달러 대비 한국 원화 가치는 최근 1년 새 14.2% 낮아져 엔·크로나 다음으로 변동폭이 컸다. 맷집이 약한 원화가 파운드·유로·캐나다달러·프랑 등에 비해 환율 방어를 제대로 못한 셈이다.

"닥치고 달러" 美의 독주…韓 원화, 日엔화 다음으로 맷집 약했다
세계 주요국 통화 가운데 미국 달러가 독주하는 배경에는 외환 수요가 있다. 국제 정세에 불안감을 느낀 세계 각국 큰 손 투자자들이 주식·채권 등을 팔아 미국 달러를 사거나, 자국 통화로 환전하지 않고 미국 달러를 그대로 포트폴리오에 담아두면서 달러는 귀한 몸이 됐다. 최근 S&P500·나스닥 등 뉴욕 증시 주요 지수들이 전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서 올 들어 8% 이상 오른 달러는 최고의 투자처가 됐다. '쓰레기'라고 평가받던 현금을 많이 쥔 투자자의 수익률이 가장 높은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외국인들의 달러 현금 보유 규모가 사상 최고 수준에 육박했다고 짚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지난 3월말 미국 자본 순유입액은 3012억달러(392조원)를 넘어섰다. 최근 달러를 사겠다는 수요가 넘쳐나는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 자본 순유입액은 전고점인 2020년 7월말(3587억달러·467조원)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섰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 달러 대비 일본 엔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 중 가장 큰 폭으로 추락했다.  /ⓒ로이터=뉴스1미국 달러 대비 일본 엔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 중 가장 큰 폭으로 추락했다. /ⓒ로이터=뉴스1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모두 흔들리면서 당분간 달러 강세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다. 영국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의 스티브 잉글랜더 전략가는 "세계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어 주식 비중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달러 가치는 5% 정도 추가 상승 여력이 있어 수요가 계속 몰릴 것"이라고 봤다.

인플레이션 국면에선 현금 가치가 저평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전 세계가 경기침체 우려에 휩싸이면서 미국의 경제 상황이 그나마 낫다는 해석도 있다. 조지 사라벨로스 도이체방크 전략가는 "달러는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닥치고 달러" 美의 독주…韓 원화, 日엔화 다음으로 맷집 약했다
"닥치고 달러" 美의 독주…韓 원화, 日엔화 다음으로 맷집 약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