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인형 눈알 붙이기?…해외선 몸값 9조 유니콘도 나왔다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2022.06.30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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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렉트스타의 데이터 라벨링 작업 /그래픽=셀렉트 스타 홈페이지셀렉트스타의 데이터 라벨링 작업 /그래픽=셀렉트 스타 홈페이지
인공지능(AI) 학습에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가공하는 '데이터 라벨링'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AI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데이터 라벨링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시장이 성장 궤도에 오르자 관련 스타트업들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리즈A 브릿지 투자유치에 나선 데이터 라벨링 스타트업 셀렉트스타는 이미 90억원 가량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이번 투자유치로 셀렉트스타의 누적 투자유치액은 130억원이 됐다. 셀렉트스타 관계자는 "투자 시장 위축으로 유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투자자들이 성장성과 경쟁력을 인정해줬다"며 "아직 투자유치가 진행 중인 만큼 추가적인 계약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연평균 38%씩 성장하는 AI학습 데이터 시장…해외에선 유니콘도 탄생
디지털 인형 눈알 붙이기?…해외선 몸값 9조 유니콘도 나왔다


셀렉트스타의 사업모델인 데이터 라벨링은 사진이나 문서, 음성, 영상 등 데이터를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가공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예컨대 자율주행 분야라면 관련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수많은 도로 사진을 수집하고, 사진에서 무엇이 도로고 무엇이 장애물인지 입력하는 작업이다. AI는 라벨링이 끝난 '레이블드 데이터'를 반복 학습하면서 인간처럼 도로와 장애물을 구분하게 된다.

수집·가공할 데이터가 많은 만큼 데이터 라벨링 기업들은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을 운영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기업의 한정된 인력으로는 수많은 데이터를 일일이 수집·가공하기 어려워서다.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은 회원들을 모집해 필요한 사진 찍어오기, 사진이나 글에서 원하는 부분 선택하기 등 미션을 제공하고 건당 10원에서 1만원의 금전적 보상을 제공한다. 누구나 할 수 있어 아르바이트나 부업으로도 활용되지만 단순·반복 작업이어서 이른바 '디지털 시대의 인형 눈 붙이기'라는 별칭(?)도 있다. 국내에서는 셀렉트스타, 크라우드웍스, 슈퍼브에이아이, 에이모 등 스타트업들이 이 같은 사업모델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데이터 라벨링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AI 활용 범위가 무수히 넓어지고 있어서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서 글로벌 AI 학습데이터(레이블드 데이터) 시장이 2021년 10조8000억원에서 2025년 39조4000억원으로 연평균 38.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시장의 경우 2021년 5000억원에서 2025년 1조90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에서는 관련 사업모델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의 비상장 기업)도 등장했다. 스케일AI, 사마, 디파인드AI, 에이펜 등이 대표적이다. 가장 규모가 큰 스케일AI는 지난해 7월 3억2500만달러(4228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73억달러(9조489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사마 역시 지난해 11월 시리즈B단계에서 7000만달러(91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디파인드AI도 1500만(195억원)달러 규모의 시리즈B2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경쟁 치열…"데이터 신뢰도·구축속도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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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관련 스타트업 투자가 늘고 있다. 가장 투자유치액이 많은 곳은 누적 회원 32만명을 보유한 크라우드웍스다. 크라우드웍스는 지난해 11월 200억원 규모의 프리IPO 투자를 유치하고 올해는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다. 에이모는 올해 1월 126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슈퍼브에이아이도 지난해 1월 11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시장 선점을 위한 데이터 라벨링 스타트업들의 기술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업계에선 누가 더 빨리, 더 많은 데이터를 정확하게 라벨링하는지가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셀렉트스타 측도 자체 알고리즘 필터링으로 사용자가 라벨링한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인 것이 투자유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셀렉트스타 관계자는 "현재 라벨링 작업에 참여하는 회원은 누적 기준 약 20만명 정도"라며 "라벨링 작업 자체에도 AI 기술을 탑재해 작업속도를 50% 높이고 정확도를 88%로 유지할수 있게 해 사용자들을 지속적으로 유입시키고 있다"고 했다.

해외진출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에이모는 지난해 영국에 유럽사무소를 개소하고 현지 진출을 본격화했다. 유럽에서 자동차 기업들과 함께 자율주행 분야 데이터 라벨링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셀렉트스타도 올해 초 CES2022 참가를 시작으로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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