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넘버3[우보세]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2022.06.24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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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대통령의 넘버3[우보세]


대통령의 정치경력은 1년에 미치지 않지만 정치력은 그렇지 않다. 인사가 핵심적이다. 선거에서 기존 레거시 정치인 도움을 받아 초반 인사는 '윤핵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요직 인사 색깔은 분명하다.



검찰공화국이냐는 핀잔을 얻지만 정치권 경험이 많지 않기에 누구 추천을 온전히 믿지 않는다. 청와대와 내각이 구성된 이후에까지 정치인들에게 휘둘렸다간 집권 1~2년이 지나지 않아 식물수권자가 될 수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런 배경에서 대통령의 넘버1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검찰 시절 에피소드가 전해진다. 선이 굵은 대통령이 세부 지점에서 막힐 때가 있으면 습관적으로 "동훈이 어디있어 좀 불러봐"라고 주변을 호통쳤다는 거다.



한데 재미있는 것은 그 다음이다. 불려온 한 장관이 난제를 풀면 기분이 좋아진 대통령이 "오늘 회식 세게 하자"고 독려한다. 그럼 한 장관은 눈치보지 않고 "전 빠집니다."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기 일쑤였단다. 대통령은 흐뭇하게 웃기만 했다 한다.

한 장관을 파격적으로 법무부에 앉힌 대통령은 그 인사 하나만으로 지방선거를 제압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 장관은 청문회나 국회 대정부 질의과정에서 야당의원들의 무차별 공세를 받았지만 감정 동요없이 의연히 대처해 국민들에 큰 인상을 남겼다.

초기 검증을 끝마친 한 장관은 야당과의 2차전에서도 승기를 잡은 듯 하다. 야당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조사 반발에 올인했지만, 반전은 예상치 못했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결과에서 나왔다. 야당은 이제 한 장관이 아닌 피해자 유족과 싸워야 한다.


대통령의 넘버2는 임명 한 달 만에 금융계를 장악했다. 서울 상대 91학번으로 40대 초반이라 봐도 무방할 외모의 이복현 전 검사를 금융감독원장에 임명한 게 두번째 파격이다. 만 50세에 금감원장이 된 그는 사시패스 전에 공인회계사를 취득한 자격자다.

세 가지 스냅샷이 있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가상자산 시장 당정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귀빈으로 여당 핵심들 가운데서 기념촬영했다. 20일 은행연합회엔 17개사 은행장이 호출됐다. 이 원장은 은행장들에게 '이자장사'가 과도하다 했다. 대통령도 지원사격 했다. 몇몇 은행은 곧바로 가산금리를 축소했지만 일부는 '관치금융'이라 반발했다. 이 원장은 23일 연구기관장 모임에서 "헌법과 법률, 은행법과 관련 규정에 따르면 은행의 공공적 기능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마지막 넘버3는 대통령을 직접 보좌하고 있다. 1975년생 주진우 법률비서관이 3인자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이던 그는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를 압수수색한 검사 출신이다. 현 정부에선 민정수석실이 없어졌지만 사실상 주 비서관과 한동훈 장관의 법무부가 역할을 나눠가진 것으로 봐야 한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검사 천하냐"고 비판한다. 하지만 그건 능력과 자질이 부족한 인사를 이념으로 5년간 고집한 반작용이라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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