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세' 거스르는 넷플릭스...해법은 망 이용료 법제화 뿐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22.06.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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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대세' 거스르는 넷플릭스...해법은 망 이용료 법제화 뿐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논란을 두고 장기전에 돌입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CP(콘텐츠공급자)의 망 사용료 분담 목소리가 높지만, 넷플릭스는 대세를 거슬러 한국 법정을 저항의 '최전선'으로 삼는 표정이다. 국내 법률의 미비점을 방패로 삼아 계속되는 글로벌CP의 '망 무임승차' 근절을 위해서라도 국회가 전기통신사업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넷플릭스는 애초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6월 1심에서 패소했다. 인터넷 접속·연결은 유상의 역무로 넷플릭스의 SK브로드밴드에 대한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가 있다는 게 1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곧바로 항소했고, 항소심에서도 변론기일마다 매번 새로운 논리를 꺼내들며 장기전에 돌입했다.

한국이 최전선…재판마다 '새 논리' 꺼내드는 넷플릭스
올해 3월 16일 서울고등법원 제19-1민사부 심리로 열린 2심의 첫 변론기일에서 넷플릭스는 '빌 앤 킵'(상호무정산) 원리를 꺼내들었다. 넷플릭스 측은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연결은 '피어링'(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끼리 서로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트래픽을 교환하는 것) 개념으로, 서로 이득이 된다고 판단해 비용을 정산하지 않는 '빌 앤 킵'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국내 전기통신사업법상 명백한 부가통신사업자다. 애초 '상호무정산'의 대상이 될 수 없다.



5월 18일 2차 변론에서 넷플릭스의 카드는 OCA(오픈커넥트어플라이언스)였다. 일종의 캐시서버인 OCA가 자체 망의 역할을 하는 만큼 넷플릭스는 통신사와 같은 지위를 가지게 돼 상호무정산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OCA는 타 사업자에 대한 연결 등의 역할 없이 넷플릭스만을 위해 운용되는 만큼 기간통신역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달 9일 한국미디어정책학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도 조대근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은 "OCA는 트래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3차 변론에서 넷플릭스는 2016년 1월 SK브로드밴드와 처음 망을 연동할 당시 SK브로드밴드가 비용 정산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암묵적 무정산 합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SK브로드밴드는 2015년 10월 넷플릭스에 보낸 이메일에 '국제적 트래픽 연결과 관련해서는 비용 문제가 수반됨'이라는 문구를 적시, 망 이용대가를 요구한 증거를 제시했다.

물러서지 않는 넷플릭스…해법은 '망 이용료 법' 개정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방한중인 가딘 가필드(Dean Garfield) 넷플릭스 공공정책 수석부사장이 3일 오전 국회 과방위원장실에서 이원욱 위원장을 찾아 명함을 건네고 있다.. 2021.11.3/뉴스1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방한중인 가딘 가필드(Dean Garfield) 넷플릭스 공공정책 수석부사장이 3일 오전 국회 과방위원장실에서 이원욱 위원장을 찾아 명함을 건네고 있다.. 2021.11.3/뉴스1
내달 20일 4차 변론을 앞두고 있지만, 업계에선 넷플릭스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심 패소에도 '망 이용대가 지급 불가' 입장을 고수한 채 매번 새로운 방어 논리를 생산해 온 만큼, 2심의 결과가 1심과 마찬가지더라도 법률 공방을 멈추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넷플릭스 등 글로벌CP의 막대한 트래픽은 세계 각국 ISP 사업자들의 공통 난제다. EU(유럽연합)도 넷플릭스 등 빅테크 기업의 망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안 제정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넷플릭스의 총력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결국 이 같은 소모전을 끝내기 위해선 국회의 법 개정이 절실하다. 넷플릭스가 국내 법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한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부사장 역시 '망 이용료 법이 통과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국회는 법 개정의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한 표정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여야 다수 의원이 넷플릭스 등 대형 CP의 망 이용대가 지불 필요성을 지적했고, 관련 법을 대표발의한 국회의원만 7명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김상희·이원욱·전혜숙 의원, 국민의힘에서 김영식·박성중 의원, 무소속 양정숙 의원까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올 4월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에서 한 차례 법안이 논의됐지만, 과방위는 의결 이전에 한 차례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다만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눈앞으로 다가온 만큼, 공청회 개최까지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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