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가전이 韓에 밀린 이유 기억해야" 디스플레이 업계에 경고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2022.06.2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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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2022년 상반기 OLED 결산 세미나' 행사에서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오문영 기자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2022년 상반기 OLED 결산 세미나' 행사에서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오문영 기자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을 중국에 내준 것이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가격 경쟁력 때문입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 역시 같은 이유로 뺏길 수 있습니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가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2022년 상반기 OLED 결산 세미나에서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토대로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OLED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이날 '중국의 추격이 거센 OLED 소형 시장'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전문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한국은 OLED 시장에서 적게는 1~2년, 많게는 5년까지 중국과 기술격차를 벌린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독보적인 기술력에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이 대표의 진단이다. 이 대표는 "시장의 경쟁력으로 기술도 있지만 가격도 있다"면서 "기술이 좋아도 가격 경쟁력이 약하면 제품은 당연히 팔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이어 "일본 가전업체가 한국 기업에 밀린 이유가 가격 때문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중국 업체가 성능이 다소 부족하지만 가격 경쟁력이 좋은 제품을 대량으로 내놓는다면 시장 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빼앗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에서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배경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 이 대표는 "투자 규모가 100이라고 가정하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각각 30 정도를 지원한다"며 "투자 외에 전기세도 인센티브 형식으로 지원되며, 제품이 하나 판매될 때마다 보전금도 지급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에서도 디스플레이를 전략 사업의 하나로 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며 "한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이 약해지면 전 세계 IT(정보통신)·가전 제품이 중국 통제 하에 들어가게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최근 정부가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디스플레이 산업에 역효과가 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로는 인력 유출을 꼽았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의 기초 공정 기술이 유사한 탓에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반도체 쪽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정부의 사업 지원 자금이 반도체 쪽으로 몰리면서 디스플레이 핵심 엔지니어들이 반도체 기업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대학에서 디스플레이 학과를 졸업한 이들도 반도체 분야로 취직하고 있는 상황"이라 지적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한국 세트 산업이 흔들리고 있는 점도 디스플레이 시장의 위기 신호 중 하나로 거론했다. 이 대표는 "국내 OLED 스마트폰 출하량이 2014년 이후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세트 사업이 약해지면 후방산업인 디스플레이까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OLED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출시된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의 모델 수는 총 50종이다. 이 가운데 중국이 43개 모델을 내놓으면서 86%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한국의 점유율은 10%(5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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