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금감원장-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6.23/뉴스1
윤석열 정부가 연일 은행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하면서 은행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이 서민 취약차주의 대출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산금리를 조정하기로 하고 세부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인하 폭과 범위 등을 두고 고심이 깊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일 유례없는 인플레이션(고물가)과 경기침체 우려와 관련해 "금리 상승 시기에 금융 소비자 이자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금융 당국과 기관들이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민·취약차주 지원을 위한 민·관의 노력을 강조한 것이다.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같은 날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17개 은행장과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를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은행들의 과도한 '이자 장사'를 비판하고, 가파르게 오르는 대출금리 속도 조절을 사실상 주문한 것이다. 이 원장은 이날 오전 연구기관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시장의 자율적인 기능과 매커니즘에 간섭할 의사가 없지만 우리 헌법과 법률, 은행법과 관련 규정에 따르면 은행의 공공적 기능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감독당국의 역할과 권한이 있기 때문에 그에 기초해 (은행장들과) 의견을 주고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 금융당국 수장이 순차적으로 은행의 역할을 강조하자 주요 은행들은 대출금리 인하를 위해 가산금리 조정 작업에 일제히 착수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지표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으므로 대출금리를 내리는 가장 빠른 방법은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것"이라며 "가산금리 항목 중 영업점 전결이나 본부 승인으로 우대금리를 줄 수 있는 가감조정금리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대출 고객이 은행에 내는 최종 대출금리는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하는 은행채나 코픽스 등 '기준금리'에 개별은행이 정책적으로 조정하는 '가산금리'를 더해 산출된다. 가산금리는 리스크 프리미엄, 유동성프리미엄, 신용프리미엄, 자본비용, 업무원가(인건비·전산처리비용 등), 법적비용(보증기관 출연료, 교육세 등), 목표이익률(은행이 부과하는 마진율), 가감조정 전결금리(우대금리)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다.
글로벌 긴축 흐름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대출 기준금리는 우상향을 지속할 가능성이 큰 만큼 가감조정 전결금리 등을 올리는 방식으로 가산금리를 조정해 대출금리를 낮추겠다는 게 은행들의 구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승으로 예대마진이 커져 은행 이익이 늘어난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대출자산 성장에 따른 이익 개선 효과도 존재한다"며 "은행들이 손쉬운 이자 장사로 과도하게 이익 추구 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판에는 억울함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