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농장서 작물 키우고 심리치료...'힐링농업' 新시장 열린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2.06.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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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트렌드]정부 '치유농업' 사업 육성 올해 원년 …"에그테크 스타트업에 새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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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농장서 작물 키우고 심리치료...'힐링농업' 新시장 열린다


# 과도한 걱정과 불안에 시달리던 나우울씨는 최근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가상 치유농장'을 이용하라는 디지털치료제(정신건강 관리·치료 소프트웨어적 약물) 처방을 받았다. 방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메타팜(메타버스 농장)에 로그인 하면 된다. 이곳에선 자신을 닮은 아바타 농부가 큰 가상 농장을 짓고 사과·배 모종을 심어 키운다. 현실의 스마트팜과 연동된 온·오프라인 귀농 체험 게임이어서 다 자란 사과·배는 집으로 배달, 가족들과 함께 먹거나 이웃에게 나눠줄 수 있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 장면이 곧 현실에서 구현될 예정이다. 정부가 가상 치유농장 구현을 위한 기반 기술 개발을 올해부터 본격 추진키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23일 제40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 운영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1차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 종합계획 2022년도 시행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치유농업 이미지/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치유농업 이미지/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기정통부와 농촌진흥청(농진청) 치유농업추진단에 따르면 최근 귀농·귀촌, 주말농장 등을 통해 스트레스·우울감·생활습관성 질환을 치유·관리하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특히 초고령사회 진입 후 막대한 의료비 등 국가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료 중심에서 사전적 예방중심으로 보건·복지 정책이 바뀌면서 '치유농업'에 대한 관심도가 여느 때보다 높다.

이번 시행계획을 살펴보면 '국민 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치유농업 콘텐츠 개발·확산'을 목표로 △심리 치유 적용이 가능한 곤충 선발 △가상 치유농장 구현을 위한 기반 기술 개발△웰빙체험관, 치유텃밭 등을 운영할 치유농업센터 구축 △치유농업사 육성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스트레스 관리, 생활리듬 조절을 위한 신경 안정, 긴장 완화, 진정 작용 등 목적에 맞는 기능성 치유작물을 발굴한다. 농진청 관계자는 "허브, 유채, 메밀 등 원예·식물작물 19종 중 치유 목적으로 활용 가능한 자원을 발굴하고 특성을 평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식물자원 활용 스트레스 경감 프로그램'도 개발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관련 치유농업프로그램으로 △중학생 학교폭력 가해학생 정서적 변화를 위한 원예프로그램 매뉴얼 △고혈압, 당뇨, 비만 등 생활습관성 만성질환자를 위한 치유 농업 프로그램 △경도인지장애치매안심센터 이용자를 위한 '의식주로 즐기는 텃밭정원 이야기' 등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남양주시에선 이미 관련 프로그램으로 '팜파티'를 운영중이다. 이는 농장을 뜻하는 팜(Farm)과 파티(Party)의 합성어로 단순한 농업체험을 넘어 도시민에게 농업을 통한 휴식과 치유, 다양한 경험과 먹거리를 제공한다.


치유곤충 이미지/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치유곤충 이미지/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또 곤충의 외형과 발육특성, 먹이 조달, 돌보기의 편의성, 질병 전염 위험에 대한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심리치유곤충' 2종을 선발한다. 관계자는 "성인을 대상으로 농가형·생태원형 곤충치유 모델과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했다.

가상농장 공간 구성과 가상식물 콘텐츠 제작을 위한 맞춤형 디자인 분석을 실시하고, 가상 식물 등의 생육단계별 3차원(D) 이미지화 및 가상치유농장 플랫폼 설계 등도 실시한다.

재배·요리 등 원예와 동물교감활동 등 치유농업 활동 동작을 인식하는 인공지능(AI) 모델도 개발, 치유 효과를 측정하는 기술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이밖에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확산하는 센터와 농업으로 심리 치료를 돕는 치유농업사 양성기관을 각각 6곳, 4곳씩 추가 지정한다.

과기정통부와 농진청은 "이번 사업을 통해 에그테크(농업기술) 스타트업은 치유곤충 사육 매뉴얼 개발 및 상품화, 치유작물 재배법 개발 및 유효 성분 추출·활용 등 다양한 사업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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