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 장곡사 고려불상 국보로..정조 편지·안중근 유묵도 보물 지정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2.06.2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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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신규 국보 1건·보물 10건 지정

정조 재위시절 한글어필. /사진제공=문화재청정조 재위시절 한글어필. /사진제공=문화재청


문화재청은 고려 후기 유일한 금동약사불상인 '청양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 및 복장유물'이 국가지정문화재 국보로 지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조선왕조 법전 '경국대전'과 정조의 한글편지, 안중근 의사가 남긴 유묵 등 조선~근대기에 이르는 전적과 회화, 서예작품들도 보물에 이름을 올렸다.

새롭게 국보가 된 청양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 및 복장유물(靑陽 長谷寺 金銅藥師如來坐像 및 腹藏遺物)은 단아하고 정제된 당시 고려 후기 조각경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작품으로 한국불교조각사 연구에 있어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고려 후기 불상조각 중 약합(藥盒)을 들고 있는 약사여래의 도상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데다, 자비로운 표정, 알맞은 비례감의 신체, 섬세한 의복의 장식 표현 등 14세기 불상조각의 전형적인 양식과 뛰어난 예술적 조형성을 보여준다.



학술적, 역사적 가치도 뛰어나다. 가로 10m가 조금 넘는 조성발원문에 1117명에 달하는 시주자와 발원자의 이름이 적혀있다. 발원문을 지은 승려 백운은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이자 '직지'로 잘 알려진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을 편찬한 백운경한(白雲景閑)과 동일인물로 추정되면서 그의 행적을 밝힐 수 있는 자료로 주목받는다.
청양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 /사진제공=문화재청청양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 /사진제공=문화재청
이 불상 제작에는 고려 공민왕 등 왕족을 비롯해 군부인(郡夫人), 무관(武官), 일반 백성 등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인명 중에는 공민왕의 몽고식 이름인 바얀테무르를 비롯해 금타이지, 도르지 같은 몽고식 이름이 눈에 띄는데, 이는 역사기록 속에서 찾을 수 없는 고려 말 시대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불교사, 사회사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가치를 지닌다.

조선왕조 기틀을 담은 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은 총 3종이 보물로 지정됐다. 삼성출판박물관이 소장한 경국대전 권1~2와 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한 경국대전 권1~3, 수원화성박물관이 소장한 경국대전4~6이다. 이번에 지정된 대상들은 현존하는 경국대전 판본 중 인쇄시기가 가장 앞서고 내용과 서지학적으로도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경국대전 권1~2는 1471년에 간행된 '신묘대전(辛卯大典)'으로 현존하는 경국대전 판본 중 가장 빠른 것이다. 권1~2에 해당하는 전래본이 없어 희소성이 높고, 이미 보물로 지정된 같은 신묘대전인 '경국대전 권3'을 보완해 준다는 점에서 법제사적 가치도 크다. 경국대전 권1~3은 이미 보물로 지정된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 1책과 신묘대전의 전통을 계승, 학술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문헌으로 평가된다.
경국대전 권1~2. /사진제공=문화재청경국대전 권1~2. /사진제공=문화재청
보물 '정조 한글어찰첩'(正祖 한글御札帖)은 정조(正祖, 1752~1800)가 원손시절부터 세손시절, 재위시절에 걸쳐 외숙모 여흥민씨에게 한글로 쓴 편지 14통을 모은 어찰첩이다. 50여년에 이르는 정조의 한글서체 변화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문화재청은 정조 한글어찰첩이 △국왕의 일생을 복원할 수 있는 편지를 모은 점 △왕이 쓴 한글 자료로서 글씨의 흔적과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학술자료라는 점 △원형을 간직한 형태가 지닌 예술적 가치 등을 고려할 때 조선왕실 문화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라는 점에서 보물로 지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안중근 의사가 남긴 유묵 5점도 보물로 지정됐다. 중국 여순감옥에서 순국하기 전인 1910년 3월에 쓴 것들로, '경술삼월 여순감옥에서 대한국인 안중근이 쓰다(庚戌三月 於旅順獄中 大韓國人 安重根 書).'라는 문구와 안의사의 손도장이 있다.
안중근 의사 유묵 '지사인살신성인'. /사진제공=문화재청안중근 의사 유묵 '지사인살신성인'. /사진제공=문화재청
이 중 '인무원려필유근우(人無遠慮必有近憂)'은 '사람이 먼 생각이 없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있다'는 의미로 논어에서 유래한 문구다. 안 의사 공판을 지켜본 일본인 기자 고마쓰 모토코에게 써준 '지사인인살신성인(志士仁人殺身成仁)'은 "뜻이 있는 선비와 어진 이는 몸을 죽여 인을 이룬다"라는 내용으로, 이 역시 논어에서 유래한 문장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안중근의사 유묵 5점은 일제강점기 대표적 독립운동가였던 안중근의사의 유묵이 가진 역사성과 상징성을 보여주는 유물로서 보존 상태가 양호하며, 제작시기가 분명해 보물로 지정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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