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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누운 취객 14m 끌려갔다 사망…80대 운전자, 그대로 '쌩'

머니투데이 성시호 기자 2022.06.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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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법원 "사망한 피해자도 과실"…징역 실형 면해

/사진=뉴스1/사진=뉴스1




한밤중 빗길 위에 누워있던 취객을 승합차로 밟고 달아난 고령 운전자가 징역 실형에 처해질 위기를 피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권영혜 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도주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80대 남성 A씨에게 지난 17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권 판사는 집행유예가 가능한 최고 형량을 적용했다. 현행법상 집행유예는 최장 5년이며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벌금형에만 덧붙일 수 있다.



A씨는 지난해 11월22일 새벽 0시52분쯤 스타렉스 승합차를 몰고 서울 종로구 당주동 빌딩지역 편도 1차로 도로를 지나다 사망사고를 냈다.

피해자는 만취해 도로 위에 누워있던 20대 남성이다. 그는 A씨의 승합차에 밟힌 뒤 차량 하부에 끼어 약 14m 가량 끌려갔다.

이때 A씨는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떠나 도주치사 혐의를 받게 됐다. 피해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병원으로 옮겼지만 같은날 새벽 2시41분쯤 숨졌다.

당일 현장에는 비가 내려 시야가 나빴다. 사고 직전 A씨 차량의 주행속도는 시속 28.7㎞로 추산됐다.

법원엔 심리 초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가 접수되기도 했지만, 이후 A씨는 피해자 유족과 합의를 마쳤다.

특가법에 따르면 피해자를 숨지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이후 피해자가 숨진 사건의 차량 운전자는 벌금형 없이 5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해져야 한다. 다만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형량을 감경할 수 있다.

권 판사는 A씨에 대해 "피해자를 구호하는 조치를 취했다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알 수 없다"며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판단했다.


다만 "음주·무면허·과속 등 교통법규를 중대하게 위반한 사실이 없고, 피해자에게도 사고 발생과 피해 확대에 상당한 과실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유족과 합의한 점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된 점 △80대의 고령인 점 △집행유예 이상 전과가 없는 점 △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한 점 등을 종합해 징역형에 대한 집행을 유예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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