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가에다 대학병원서 내몰리는 신세… 정형외과가 호소 나선 이유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2.06.2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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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구 대한정형외과학회 회장이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김명구 대한정형외과학회 회장이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


대한정형외과학회가 정형외과의 수술 수가 현실화를 요구했다. 일부 시술의 경우 재료비는 비싼데도 불구하고 수가가 낮아 수술할때마다 손실을 봐야 하는 구조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대학병원에서 병실과 직원을 줄이면서 정형외과 존립까지 위태로워졌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다만 정형외과 환자 수와 관련 수술이 많은 만큼 수가 현실화는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정부 부처는 중환자 치료에 필요한 일부 수술에 한해 수가 인상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정형외과는 낮은 수술 수가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한때 정형외과는 '잘 나가는' 인기과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그것도 옛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한정형외과학회는 지난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정형외과 수가 현황과 개선 방안 및 정책 제안'을 발표했다.

한승범 대한정형외과학회 보험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급여에서 정형외과 수술에 대한 원가 보상률이 열악한 게 현실"이라며 "이 때문에 정형외과 치료 주류가 급여에서 비급여로 이동해 의료비 왜곡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정형외과학회가 2019년 ABC 갤럽에 의뢰해 수술 원가를 조사한 결과, 정형외과에서 재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50~60%로 나타났다. 30~40%인 일반 외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환자당 수술 행위 수익은 정형외과가 외과의 40~80%로 환자당 수술실 체류 시간이 서로 큰 차이가 없어 자원 소모 대비 수술 행위 수익은 정형외과가 외과보다 0.4~0.8배 수준이었다.

한 위원장은 "외과가 100을 벌면 정형외과는 40을 버는 상황"이라며 "정형외과는 노동집약적이라 간호사 등 사람도 많이 필요해 인건비도 전체 원가의 53%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정형외과 대표 10대 수술 중 척추교정술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수익성이 마이너스다. 평균 -40%로 수술을 하면 할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라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한 위원장은 "급여를 주는 기준도 문제다"라며 "근골격계 질환이 다양해 동시에 수술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경우 수가를 2배로 주는 게 아니라 대학병원은 70%, 개원가에는 50% 차등해서 지급한다"고 지적했다.
한승범 대한정형외과학회 보험위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한승범 대한정형외과학회 보험위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
이어 "우리는 상대가치 점수 문제에도 목숨을 걸고 있다"며 "정형외과 치료에 쓰이는 재료가 고도화돼 고가이지만 상대가치 점수 기준이 옛날에 만들어져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가치란 의료 행위에 투입된 자원 총량을 상대적인 점수로 매겨 의료 수가를 설정하는 제도다. 재료비·장비비가 저평가되는 구조라 고가 재료·장비 사용이 많은 정형외과의 경우 합리적인 수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분류되는 정형외과 질환이 적다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 질병은 일반진료·단순진료·전문진료질병군으로 나뉘는데 정형외과 관련 전문진료질병군은 33개(2.99%)에 불과하다.

전문진료질병군 환자 비율은 상급종합병원 지정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시 전문진료질병군 환자 비율이 44% 이상이 돼야 만점을 받을 수 있다. 오는 2024년부터는 이 비율이 50% 이상으로 높아진다.

한 위원장은 "정형외과 수술이나 입원이 많으면 전문진료질병군 환자 비율이 낮아져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문제가 생긴다. 게다가 수익조차 못 내는 과로 지탄받고 있다"며 "대학병원에서는 정형외과 병실을 줄이거나 관련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정형외과 수술 수가를 일률적으로 올리기가 쉽지 않다. 정형외과 환자 수와 관련 수술이 많아 수가 인상 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도 "우리나라가 한 해 수술 진료비를 1조원 쓰는데 정형외과가 6000억원을 가져간다. 정형외과 수가를 올리기 힘든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한 위원장은 "그럼에도 이를 서서히 조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건강보험 재정 여건과 우선순위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형외과 모든 수술의 수가를 일률적으로 올릴 수는 없다. 중환자 치료에 필요하거나 효과가 좋은 수술에 대해서는 수가 인상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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