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도 서러운데 '강제 청산'…개미 빚투 후폭풍에 몰래 웃는 이들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2.06.22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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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락도 서러운데 '강제 청산'…개미 빚투 후폭풍에 몰래 웃는 이들


'빚투→주가 하락→강제 물타기→또 하락→반대매매 청산!'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흐름이다. '불장'이었던 지난해까지 빚투에 나섰던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폭락장에서 보유 주식들이 강제 청산 당하는 걸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손실이 확정된 계좌 잔고를 본 투자자들은 연일 곡소리를 내고 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금액은 256억600만원으로 집계됐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8.3%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증권사의 돈을 빌려 매수한 주식이 일정 주가 밑으로 떨어지거나 미수거래 결제대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청산하는 걸 의미한다.

지난주 코스피가 2400선으로 주저앉을 때부터 반대매매가 폭증했다. 지난 14일 반대매매 금액은 260억원을 웃돌았고 그 다음날 315억5500만원을 기록하며 올해 최고치를 찍었다. 이번달 초만 하더라도 6~8%대를 유지하던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도 13.1%까지 뛰었다.



빚투에 나선 투자자들은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데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일정한 담보비율을 유지할 걸 요구한다. 담보비율은 각 증권사 마다 다르지만 보통 140~150% 사이에서 설정된다. 주가 하락으로 담보비율이 낮아지면 투자자가 직접 증거금을 메꿔야 하는데 3거래일 내로 이를 메꾸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청산한다.

미수 청산이 진행되면 증권사는 개장 전 물량은 하한가로 매도된다. 하락장에선 반대매매 물량의 대거 출회가 주가의 하방 압력을 높인다.

BTS(방탄소년단)의 단체 활동 중단 선언으로 지난 15일 소속사인 하이브 (211,500원 ▲1,500 +0.71%)에선 개장 전 1만주가 넘는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졌다. 이날 하이브는 장중 13만9000원까지 주가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찍었다.


폭락도 서러운데 '강제 청산'…개미 빚투 후폭풍에 몰래 웃는 이들
반대매매에 웃는 건 외국인, 기관?…"개인 투자자 손실 만회 불가능하다"
개인 투자자들의 반대매매 청산 물량이 쏟아지고 있지만 오히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남몰래 '웃을' 가능성이 크다. 저가에 대거 출회된 청산 물량을 쓸어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진 종목에 대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순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됐다.

전날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농기계 업체인 TYM (4,790원 ▲45 +0.95%)에선 신용물량 약 29억9500만원 어치가 쏟아지며 신용융자 잔고율이 6.18%(17일)에서 5.47%로 감소했는데 외국인은 이날 TYM을 9억3800만원 어치 순매수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손실을 보는 반면 외국인은 '줍줍'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반대매매가 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빚투 규모는 감소하고 있다. 신용융자 잔액은 올해 초 23조원 대를 유지하다가 점차 감소해 지난 16일부터 20조원대로 진입했다. 전날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을 합한 총 신용융자 잔액은 20조300억원으로 약 1년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하락장에선 신용거래가 많은 종목들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신용을 써 레버리지 투자를 계속한다면 오히려 더 큰 손실을 볼 것이라고 말한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대매매로 청산이 진행되면 향후 주가가 반등하더라도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만회할 방법이 없다"며 "신용융자로 받은 물량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출회되면 전체 증시의 하방 압력을 높여 투자자들의 추가 손실이 유발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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