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 자동차할부로 車 차면 손해"는 오해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2.06.2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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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 자동차할부로 車 차면 손해"는 오해


'똑똑하고 합리적인 소비'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당연한 명제다. 1만원이 안되는 상품이라도 포털에서 검색하고 가격순으로 정렬시켜 확인하는 게 요즘의 쇼핑이다.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쇼핑몰부터 차례대로 구매후기, 블로그나 카페 글을 샅샅이 뒤져 철저히 상품에 대한 정보를 확인한다. 고강고의 검증이 끝나야 비로소 장바구니에서 구매하기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럼에도 생각보다 많은 영역에서 비합리적인 소비를 한다. 한 달에 10만원 넘게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는 보험료에 어떤 보장내용이 포함돼 있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다면 자동차는 어떨까? 자동차는 부동산 다음으로 비싼 자산이다. 한번 선택하면 바꾸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자동차를 대충 알아보고 사는 경우는 드물다. 모델과 연식, 옵션, 구매처와 판매인에 대한 정보까지 미리 꼼꼼하게 알아보고 구매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차를 살 때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차량들이 고가인 만큼 이를 모두 현금으로 결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할부 결제를 선택하고, 판매인들이 권하는 할부 상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곤 한다.



최근 국내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서 카드사들의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카드사들이 새로운 수익원 확보 차원에서 앞다퉈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카드를 제외한 6개 전업카드사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9조 7664억원으로, 전년 대비 12.7%(1조 1026억원) 늘었다. 반면 전체 캐피탈사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전년 대비 3.75%(8151억원) 줄었다.

캐피탈사들은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깊게 자리잡고 있는 업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캐피탈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캐피탈 금융상품이라고 하면 일단 무조건 걱정부터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유를 물어보면 "다른 금융사보다 금리가 많이 높다"고 답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자동차를 구매할 때도 이런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량이 가장 많았던 국산 승용차인 현대자동차 '그랜저'를 36개월 할부로 구입할 경우 가장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금융사는 현대캐피탈로, 최저 2.8%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RV(레저용 차량) 중 작년 판매량 1위인 기아 '카니발'를 36개월 할부로 구입할 경우에도 현대캐피탈이 2.8%로 가장 낮은 금리를 제공한다.

카드사와 캐피탈사 간 대출상품 이용 시 신용등급 하락의 차이도 없다.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개인의 대출, 신용카드 등의 거래 및 연체 이력이다.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은 경우도 타 금융기관 대비 신용등급 하락폭은 크지만 연체 없이 상환했다면 신용등급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 오히려 1~2곳 내외의 많지 않은 금융기관에서 적정 수준을 대출하고, 연체 없이 갚는다면 거래 이력이 없는 경우보다 신용평가 점수가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캐피탈사 자동차 할부금융 상품은 개별상품에 따라 최고금리가 카드사보다 높게 나타날 수 있다. 이는 금리 적용방식이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달라서다. 신용도에 따라 금리를 차등적용하는 카드사와 달리 캐피탈사는 고객의 신용등급과 관계 없이 같은 금리를 적용한다.

'대부업체가 아니냐'는 오해는 캐피탈 업권이 가장 억울해 하는 부분이다. 자동차 할부금융 상품은 여신금융협회 정회원사 자격을 지닌 45개 캐피탈사에서만 취급하고 있다. 자동차 할부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대부업체는 없다. 그러나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업체 등이 회사이름에 '캐피탈'이라는 단어를 붙여 사용하면서 캐피탈사들이 대부업체와 같단 오해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간판만 캐피탈로 달고 있는 대부업체들 때문에 함께 묶여 여러 비난을 받고 있으니 답답하다"며 "특히 대부업체는 판매할 수도 없는 자동차 할부금융을 주력으로 하는 대형 캐피탈사들은 더욱 억울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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