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반등이다?"…3주만에 기술주 상승에 3배 베팅[서학픽]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2.06.20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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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탑픽]

편집자주 서학개미들이 많이 투자하는 해외 주식의 최근 주가 흐름과 월가 전문가들의 평가를 분석해 소개합니다.

"이제 반등이다?"…3주만에 기술주 상승에 3배 베팅[서학픽]


미국의 S&P500지수가 지난주 5.8% 급락하며 2020년 3월 이후 최악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증시 낙폭이 깊어지자 서학개미들의 투자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 7일까지 2주 연속 나스닥100지수 하락에 투자했던 서학개미들은 나스닥100지수가 지난 8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만2000이 다시 깨지자 반등을 기대하며 기술주 상승 베팅으로 돌아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 8~14일(결제 기준 13~17일)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를 가장 많은 1억4726만달러 순매수했다.



TQQQ는 나스닥100지수가 하루에 1% 오르면 3% 수익을 얻고 1% 하락하면 3% 손실을 입는다.

서학개미들은 한참 투자를 중단했던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도 2번째로 많은 1억2414만달러 순매수했다.

SOXL은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ETF다.


TQQQ와 SOXL이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권에 들기는 5월18~24일 주간 이후 3주일만이다.

2주 연속 기술주 숏하다 매수 전환
특히 서학개미들은 5월25~31일과 6월1~7일 2주일간은 기술주 하락에 3배의 돈을 걸었다.

5월25~31일 주간에는 나스닥100지수와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반대로 3배 추종하는 ETF인 SQQQ와 SOXS를 6913만달러, 3143만달러씩 순투자하며 순매수 상위 1, 2위에 올려놓았다.

6월1~7일 주간에는 SOXS가 순매수 상위 10위권에서 빠졌지만 SQQQ는 여전히 3504만달러 순매수되며 테슬라에 이어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투자한 종목 2위에 올랐다.

SQQQ는 서학개미들이 적극 순매수하기 시작한 지난 5월25일부터 지난 17일까지 7.8% 올랐다. 같은 기간 나스닥100지수는 4.4% 떨어졌다.

SQQQ는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기준으로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특정 기간의 수익률이 나스닥100지수와 반대로 3배가 딱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학개미들이 TQQQ와 SOXL을 다시 대거 사들였다는 것은 미국 증시가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저점을 마련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4일까지 일주일간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이런 낙관론이 전반적으로 반영됐다.

주가가 많이 떨어져 저평가 의견이 나오는 바이오주에 3배 레버리지 투자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S&P 바이오텍 불 3배 ETF(LAUB), 빅테크주로 구성된 마이크로섹터스 팡 이노베이션 3배 레버리지 ETN(BULZ), 이미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밸류에이션이 낮다는 의견이 나오는 석유회사에 투자하는 마이크로섹터스 빅 오일 인덱스 3배 레버리지 ETN(NRGU) 등이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랐다.

다만 전체 순매수 규모는 전주보다 줄었다. TQQQ와 SOXL을 1억달러 이상, 테슬라를 4000만달러 이상 순매수했을 뿐 나머지는 1000억달러대거나 그 미만에 그쳤다.

"이제 반등이다?"…3주만에 기술주 상승에 3배 베팅[서학픽]
현재 월가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가 아직 바닥까지 더 떨어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여름 내내 고공행진을 계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연준(연방준비제도)은 오는 7월에도 금리를 0.75%포인트 큰 폭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마이클 하트넷의 표현을 빌자면 "인플레이션 쇼크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금리 쇼크는 이제 막 시작됐고 성장 쇼크는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강세장 & 침체장 지수가 최근 0으로 떨어져 투자심리가 극히 악화됐다며 단기적으로 반등 태세는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등은 '베이마켓 랠리'일 뿐이며 새로운 강세장의 시작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트넷의 지적대로 최근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여름 내내 8%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9%를 상회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연준은 경제 성장세가 훼손되더라도 금리 인상을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연준과 싸우지 말라"는 증시 격언을 들어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는 주식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며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는 시점을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플레이션 압력과 성장세 둔화 조짐 때문에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이제 막 하향 조정되기 시작했다며 기업들의 실적이 바닥을 치는 시점을 가늠해 주식 매수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생일대의 주식 매수 기회"
이런 가운데 소수 의견이긴 하지만 지금이 주식을 매수할 때라는 주장도 나왔다.

억만장자 투자자로 오래 전부터 테슬라 낙관론자로 유명한 론 배런은 지난 17일 CNBC에 이메일을 보내 "지금은 일생에 한번 오는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과 생명공학적 발전에 힘입어 경세 성장세는 상당 수준으로 가속화했는데 증시는 22년 동안 두 배 조금 더 넘게 올랐을 뿐"이라며 자신에게 자산운용 사업을 물려받은 아들들에게 "내가 1982년 3월16일 배런 캐피탈을 설립했을 때와 같은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배런은 "(내가 투자회사를 설립했던) 1982년에 다우존스지수는 880이었다. 16년간 전혀 오르지 않았다"며 "지금은 특히 테슬라와 스페이스X 같이 놀랄만한 성장기업들이 엄청나게 많다"고 강조했다.

"이제 반등이다?"…3주만에 기술주 상승에 3배 베팅[서학픽]
현재 향후 12개월 순이익(EPS) 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S&P5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5.4배다. 과거 15년 평균을 소폭 밑도는 수준이다.

PER은 강세장에서는 20배를 웃돌 정도로 올라가고 약세장에서는 14배 밑으로 떨어진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은 S&P500 기업들의 향후 12개월 EPS가 239달러이고 PER이 17배가 된다면 S&P500지수는 4165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17일 종가 대비 13% 높은 수준이다.

반면 향후 12개월 EPS가 225달러로 줄고 PER이 14배로 떨어지면 S&P500지수는 3150로 내려간다. 이는 지난 17일 종가 대비 14% 낮은 수준이다.

코스틴은 "증시에서 가치를 찾는 투자자들은 밸류에이션과 기업의 이익 전망치 하향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에 따르면 인베스텍 리서치의 사장인 짐 스택은 지난주 주식 비중을 44%로 줄였다. 2000년 닷컴 버블 이후 최저치다.

하지만 그는 "좋은 소식은 지금 상황이 수십년만에 최고의 매수 기회 중 하나로 이어질 것이란 점"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인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매수하려면 인내가 필수
증시는 팩트(사실)가 아니라 기대(전망)에 따라 움직인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마무리할 때 혹은 기업들의 EPS가 하향 조정되다 상승 반전할 때면 이미 증시는 바닥을 치고 크게 반등해 있을 것이란 의미다.

증시는 통상 경기를 6~9개월 앞서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드만삭스의 분석대로 증시는 여기에서 10% 이상 상승할 수도, 10% 이상 하락할 수도 있다. 어떤 포지션을 정하느냐는 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분명해 보이는 건 매수 포지션을 선택한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인내가 필요해 보인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서학개미들이 증시 반등을 노리고 상승에 3배 레버리지 투자를 하는 것은 리스크가 상당해 보인다. 증시 반등이 늦어지거나 금세 무너지면 하루 하락률의 3배 손실을 입는 위험한 투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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