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한국 바이오는 다 사기인가요?"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2.06.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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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주식 투자자에겐 혼돈의 시기다. 전 세계적인 고물가와 주요 각국의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증시가 휘청이고 있다. 우리 증시 역시 마찬가지다. 바이오에 투자했다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바닥인 줄 알았는데 지하를 얼마나 더 뚫고 들어갈지 모르겠다.

현재 한국거래소 코스닥 제약업종지수는 지난해 고점인 1월 5일(1만4009.9)과 비교하면 약 44.8% 급락했다. 약 1년 반 기간 동안 꾸준히 하락하며 거의 반토막났다. 업종지수가 이 정도면 개별 종목의 하락 폭이 얼마나 클지 짐작조차 힘들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코스닥 시장 바이오 대표 종목으로 꼽히는 알테오젠 현재 주가는 2020년 9월 고점 대비 60% 이상 떨어졌다. 제넥신은 2020년 8월 고점 대비 80% 넘게 빠졌다. 해당 종목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손실은 얼마나 클까.

그래서 바이오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로부터 "한국 바이오 다 사기 아니냐"란 한탄을 종종 들을 수 있다. 바이오 투자자의 처참한 주식 계좌 수익률을 보면 이 같은 평가를 마냥 부인하기 힘들다.



더 큰 문제는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달 열린 글로벌 바이오 행사인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 바이오(BIO)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도 불쏘시개가 되지 못했다. 국내 여러 기업이 세계를 대상으로 기술력을 뽐냈지만 시장 반응은 미미했다.

바이오 저평가는 업계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한때 우리 증시의 총아로 각광 받으며 어느 업종 부럽지 않게 잘 나갈 때 이를 뒷받침할 성과를 내는 데 실패했다. 반면 일부 기업의 불법·편법 행위가 부각되며 신뢰를 떨어트렸다. 바이오에 초점을 맞춘 기술특례상장 요건을 도입한 지 17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신약 개발 성공 사례는 찾을 수 없다.

신뢰 추락은 부메랑이 돼 바이오를 위협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국내외 산업 환경에 먹구름이 잔뜩 낀 상황. 어느 기업이든 앞날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마련해놓고 싶은 생각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속된 주가 부진과 신뢰 하락으로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다.


실제 한 바이오 회사 대표이사 A씨는 "그동안 회사가 연구 잘하고 경쟁력을 높이면 된다 생각했고 주가에 연연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 정도로 주가가 하락하다 보니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바이오 주가 하락이 투자자뿐 아니라 기업에도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단 의미다.

특히 바이오는 자본시장과 합을 맞추지 않으면 결실을 맺기 어려운 대표적 산업이다. 당장 돈을 벌지 못하면서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자본시장의 바이오 외면이 지속되면 산업 성장은 요원하다.

결국 "바이오는 다 사기 아니냐"는 시장 인식을 업계 스스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투자자가 살고 바이오 기업이 산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서 K-바이오의 위상이 높아졌다. 그만큼 우리 바이오 기업에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 이제 건강한 의식을 가진 경영진과 연구진, 종사자들이 실력으로 K-바이오의 역량을 증명해야 할 때다.
[우보세]"한국 바이오는 다 사기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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