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서 '금괴'라고 불린 이 '생선'…구이로 드셔봤나요?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2022.06.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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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바다이야기, 어록(魚錄) 시즌2](4)식성 좋고 빠른 성장에 민물양식 단골 어종 '메기'

편집자주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우리 수산물. 시즌2로 돌아왔습니다

메기 양식장 전경 /사진제공=국립수산과학원메기 양식장 전경 /사진제공=국립수산과학원


"마치 금괴를 쌓아놓은 것 같다"

2018년 8월 북한의 3대 메기 양식장 중 하나인 '삼천 메기공장'을 시찰하던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냉동 메기를 보고 한 말이다. 식량사정이 어려운 북한에서 메기는 북한 지도부가 주요 단백질 공급원과 식량난 타개책으로서 양식을 장려하는 주요 어종 중 하나다. 다른 물고기에 비해 성장이 빠르고 별도의 사료개발 없이도 양식이 가능한 특성 탓에 남북한 가리지 않고 선호받는 생선이다.

동족까지 먹는 민물의 최상위 포식자
메기는 메기과에 속하는 담수(민물)어종으로 우리나라 전국 하천에 고루 분포한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만주, 대만 등 동북아시아 전역에 서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메기는 몸에 비늘이 없고 등지느러미는 작은 게 특징이다. 작은 동자개 어류와 달리 가시가 없고 꼬리지느러미와 등지느러미가 연결돼 있다. 머리는 납작하고 입이 크고 입 주위에 난 수염 2쌍의 끝에는 감각기능을 담당하는 미뢰가 발달돼 있다.



메기가 살기 가장 좋은 수온은 섭씨 20도(℃)에서 28도로 우리나라 여름철 강이나 하천 수온과 비슷하다. 30도 이상에서는 먹이활동이 줄어들고 겨울철인 10도 이하에선 동면을 한다. 바닥이 부드러운 흙이나 진흙으로 이뤄진 유속이 완만하고 수초가 우거진, 은신처가 많은 곳에 주로 서식한다. 낮에는 은신처에 수어있다 밤에 주로 활동한다.

커다란 입이 상징하듯 메기는 '식탐'이 많은 어류 중 하나로, 민물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지위를 갖고 있다. 입에 들어오는 수중 소형생물을 먹이로 먹어치우고, 성장이 왕성한 어린 메기는 자기보다 개체가 작은 메기를 잡아먹는 '공식' 행동이 심하다. 양식 메기는 부화 후 1월이 지나면 3~5㎝크기로 자라고 30g 정도인 종자를 100일간 사육하면 상품화가 가능한 250~300g까지 성장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황해북도의 양어기지들에서 메기수확이 한창이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황해북도의 양어기지들에서 메기수확이 한창이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email protected]
별도의 사료없이도 잘 크는 메기
먹이를 가리지 않아 별도의 사료개발이 필요없고 다른 어종에 비해 성장이 빠른 특성 덕에 메기는 완전 양식을 통한 산업화가 정착돼 있는 어종이다. 최근 메기양식 어가에는 공식 위험성이 낮은 입식종묘를 구입해 키우기도 한다.

북한 역시 '5월9일 메기공장'과 '삼천 메기공장', '평양 메기공장' 등 3대 메기 양식장에서 생산량 증대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온천수 혹은 화력발전소 온배수 등을 이용해 메기가 살기 적합한 수온을 맞추고 컴퓨터를 통한 모니터링 등 현대식 설비를 갖췄다고 한다. 키우기 쉬운 어종 특성상 짧은 시간에 북한 주민에게 단백질을 공급하고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어 2000년 이후 메기 양식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메기는 전부 국내산이다. 통계청 어업생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메기 생산량은 3783톤(t)으로 이 가운데 3598톤이 양식으로 생산한 메기다.


최근 10년 간 양식메기 생산량을 살펴보면 2012년 3676톤에서 2017년 5163톤, 157억원어치로 꾸준히 증가한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어획을 통한 메기 생산은 2016년 353톤을 제외하면 대부분 100톤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메기 양식산업은 최근 코로나19(COVID-19) 대유행으로 인한 소비감소와 사료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위기에 처해있다고 한다.

민물 매운탕 단골 메뉴 메기…구이로도 일품

메기를 활용한 메기구이 요리 /내수면양식단체연합회 유튜브 화면갈무리메기를 활용한 메기구이 요리 /내수면양식단체연합회 유튜브 화면갈무리
메기는 오래전부터 맛좋은 보양식품으로 인기 좋았다. 조선시대 서유구의 '난호어묵지'에서는 메기에 대해 "몸은 미끄럽고 끈적이기 때문에 '점'이라고 하고, 이마가 고르고 평평해 '이'라고도 한다. 큰 것은 '제'라고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는 '점'으로 분류한 메기를 '화', '점', '외' 등으로 세분화하기도 했다.

메기를 재료로 한 음식 중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단연 매운탕이다. 또 충남 등 일부 지방에선 어죽으로 만들어 보양식으로 먹기도 한다. 매기 매운탕과 어죽은 지역별로 '맛집'리스트가 있을 정도로 식도락가의 단골 메뉴 중 하나다.

색다른 조리법으로는 '구이'가 있다. 손질하는 요리사의 솜씨와 양념의 비율에 따라선 장어보다 맛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최근 '사단법인 한국메기양식중앙연합회'에서는 메기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개발했는데 △깐풍식 매운 메기볶음 △깐풍식 간장메기 볶음 △메기소금구이 △메기 양념구이 등 기존 매운탕과 차별화된 조리법이 탄생하기도 했다.

감수 = 임재현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 해양수산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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