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약세장 때 계속 투자하니 거부가 됐다[줄리아 투자노트]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2.06.19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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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약세장 때 계속 투자하니 거부가 됐다[줄리아 투자노트]


요즘 주식시장을 보면 '인생무상'을 느낀다. 인생에 변하지 않는 것은 정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주식, 특히 미국 주식은 갖고 싶어 안달 나는 선호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 주식을 갖고 있다고 하면 동정의 대상이 된다. "손실을 얼마나 봤을까" 하는.



인플레이션 등 경제 여건을 보면 지금 증시는 단기간에 회복될 것 같지 않다.

최악의 경우 높은 물가상승률이 유지되면서 경제성장률은 떨어지는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돼서다.



미국 증시는 인플레이션과 저성장이 겹친 1966년 2월부터 1982년 8월까지 16년 7개월간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LPL 리서치에 따르면 이 16년 7개월 동안 주가가 고점 대비 20% 이상 급락한 침체장은 4번이나 나타났다. 고점 대비 하락률이 19.4%인 유사 침체장도 1번 있었다. 이 기간 동안 19% 이상 주가 하락이 진행됐던 기간만 7년이 넘는다.

그나마 배당수익률은 이 장기 약세장의 끝 무렵엔 6%에 달할 정도로 후했지만 물가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 기간 중 수년간은 물가상승률이 두 자리수를 유지할 정도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했다.


펀드 분석회사인 모닝스타는 이 199개월의 약세장 때 매월 100달러씩 주식에 투자했다면 총 원금은 1만9900달러인데 인플레이션을 제외한 실질적인 자산은 1만8520달러로 줄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오죽했으면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1979년에 '주식의 죽음'을 선언했다.

그렇다면 1966년부터 1982년까지 증시 암흑기 동안 꾸준히 투자한 사람은 다 실패했을까? 그렇지 않다. 주식 투자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이 대표적이다.

버핏이 섬유회사였던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해 평생의 투자 동반자 찰리 멍거와 함께 본격적으로 저평가 우량주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던 시기가 주식 암흑기가 막 시작되던 1960년대 중반이었다.

버핏이 했던 유명한 말이 있다. 투자자들은 주식을 햄버거처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햄버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햄버거 가격이 오르는 것보다 떨어지는 것을 좋아하듯 주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반겨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1997년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주식을 팔려는 사람만 주가가 오르는 것을 좋아한다"며 "잠재 매수자들은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더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투자 전문 칼럼니스트인 제이슨 즈웨이그는 이런 버핏의 말을 인용하면서 영어로 주식을 뜻하는 'Stocks'에 't'자가 들어간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stocks'에서 't'만 빼면 'socks', 양말이 된다. 주식을 양말이라고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S&P500지수는 올들어 23% 가량 하락했다. 양말 가격이 23% 떨어졌다면 갖고 있는 양말을 팔겠는가, 아니면 할인 판매하고 있다며 오히려 사겠는가.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아직 역사적 기준으로 봤을 때 싼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번 침체장의 밸류에이션 바닥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아는 것은 버핏이 1966년부터 1982년까지 오랜 약세장 때도 주식을 햄버거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매수했다는 것이다.

투자 전문 매체 '모틀리풀'의 칼럼니스트인 모건 하우절은 '돈의 심리학-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란 책에서 버핏이 주식 투자로 세계 최고의 부자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비밀은 시간이라며 그가 이룬 성공의 대부분은 꾸준히 투자를 계속해온 75년 이상의 시간 덕분이었다고 지적했다.

나이가 들어 오랜 침체장을 견딜만한 시간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자산의 규모보다 따박따박 들어오는 수입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주식의 배당금은 노년기의 든든한 수입이 될 수 있다. 배당금을 늘리려면 주식 수가 많아야 하는데 주가가 떨어지는 침체장은 배당수익률(=한 주당 배당금/현재 주가)을 높이면서 주식 수를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자녀가 있다면 주식을 상속하는 방법도 있다.

주가도 무상(無常)이다. 늘 오르는 것이 아니듯 떨어지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주가가 떨어졌을 때 굳이 나서서 내 주식을 할인판매할 이유가 없다.

하우절은 말한다. "시간이 너희를 부유케 하리니…닥치고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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