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현성, 수많은 색을 품은 '차세대 여심 스틸러'

머니투데이 최재욱 기자 ize 기자 2022.06.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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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블루스'서 인상적인 연기로 급부상한 특급 기대주

사진제공=어썸이엔티사진제공=어썸이엔티


얼굴만 봐도 부모님이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황리에 막을 내린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극본 노희경, 연출 김철규)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배우 배현성은 함께 있으면 누구나 미소 짓게 만드는 ‘스마일 유발자’였다.

동화 속 왕자님 같은 비주얼에 맑고 밝은 성정, 사려 깊고 예의바른 태도, 아직 스물세살 젊은 나이답지 않은 진중함까지. 종방 직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현성은 모든 부모님들이 아들 삼고 싶은, 누나나 형들은 동생 삼고 싶은 ‘바른 청년’이었다. 그러나 햇살 같은 얼굴에 문득문득 차도남의 얼굴이 튀어나오니 방심하지 말길 바란다. 겉모습은 소년이어도 내면은 남성미 뿜뿜 나는 상남자니까. ‘예비된 여심스틸러’라는 게 바로 이런 거다. 트렌드에 빠르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면 배현성이라는 이름 석 자를 어서 외워두는 걸 권하고 싶다. 곧 높이 비상할 테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배현성이 연기한 정현은 18살 어린 나이에 소꿉친구 방영주(노윤서)와 말 그대로 ‘대형사고’를 쳐 어른들을 놀라게 하고 부모가 되는 소년. 배현성은 그 나이에는 감당하기 힘들 인생의 파고를 정면 돌파하는 정현의 모습을 섬세하면서도 절절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연기에 대한 칭찬을 건네자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는 그의 얼굴에는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얻은 행복감과 자부심, 애정이 가득했다.

“요즘 주위에서 드라마 잘 봤다는 인사를 많이 하셔서 정말 기분 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오디션을 통해 처음 캐스팅됐던 지난해 이 작품을 어떻게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이제 끝이 다 왔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요. 모든 게 꿈만 같아요. 노희경 작가님과 감독님, 선배님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할 따름이에요. 제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었어요. 부모님이 ‘우리들의 블루스’ 방송 이후 반응이 좋으니 정말 기뻐하세요. 주말에 방송이 끝나면 제가 많이 안 나오는 회에도 전화 오셔서 잘 봤다며 수고했다고 말씀하세요. 사실 제가 처음 배우를 하겠다고 했을 때 반대하셨어요. 이제 좀 안심하시는 것 같아요. 한동안 이 기분 좋은 여운과 설렘을 한껏 즐기고 싶어요.”



사진제공=어썸이엔티사진제공=어썸이엔티
전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배현성은 고등학교 때 그의 SNS를 우연히 본 기획사 관계자의 권유로 서울에 올라와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청소년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웹드라마 ‘연애 플레이리스트’ 시즌4로 수많은 소녀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그는 ‘어쩌다 발견한 하루’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차근차근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엄청난 경쟁을 뚫고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됐다.

“캐스팅돼 정말 기뻤어요. 제가 이 나이에 이런 대선배님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겠어요? 더군다나 주연으로 풀어나가야 할 회도 있잖아요? 정말 영광이었어요. 그래서 무조건 이 역할을 따내고 싶었어요. 캐스팅되고 나서 대본 리딩 때 노희경 작가님을 처음 만났어요. 작가님이 현이 캐틱터를 어떻게 분석했느냐 질문하셨어요. 제 이야기를 들으시고 ‘현이가 나이는 어리지만 상황에 끌려 다니지 말고 강했으면 좋겠다’며 ”절대 선배들에게 주눅 들지 말고 자신감 있게 연기해 달라“고 당부하셨어요. 그 말씀을 제 걸로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청소년 임신 문제를 다룬 현이와 영주 에피소드는 수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면서 안타까움과 휘몰아치는 감동을 선사했다. 또한 우리 사회가 고민해봐야 할 숙제를 던져주며 긴 여운을 안겨줬다. 임신 중절을 강행하겠다는 여자친구의 의사를 존중하다가 초음파 기계를 통해 아기 심장소리를 듣고 예상치 못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정현을 그려낸 배현성의 연기는 시청자들을 울컥 하게 만들었다. 배현성과 노윤서 두 신인들의 애절한 케미가 청소년 임신이라는 민감한 주제에 반감을 가졌던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사진제공=어썸이엔티사진제공=어썸이엔티
“아기들을 무척 좋아해요. 그러나 아직 제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아이를 갖는다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는 못했어요. 저에겐 너무 먼 일이니까요. 그 부분을 깊게 생각하기보다 현이의 상황과 마음에 집중했어요. 현이의 영주를 향한 마음을 시청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게 제가 할 임무가 아닌가 생각했죠. 초음파 장면은 정말 상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연기하면서 감정이 남달랐어요. 놀라움과 무서움 다 혼재된 상황을 전달하려고 노력했어요. 영주 역을 연기한 (노)윤서는 동갑내기 친구예요. 서로 의지하면서 촬영했어요. 대본 리딩 날 어마어마한 선배들을 보면서 서로 ‘정말 우리만 잘하면 된다’고 다짐했죠.”

현이와 영주의 사랑과 임신, 출산은 본인들에게 일생 최고의 행복한 순간들로 기억에 남겠지만 두 아이에 대한 희망으로 살아온 아버지 인권과 호식에겐 엄청난 배신이자 실망, 고난의 순간이었다. 영주에게 임신 중절을 요구하는 아버지 인권과의 갈등 속에서도 사랑과 아이를 포기하지 않은 현이의 강직한 모습은 시청자들의 심장을 뛰게 했다. 결국 아버지와 화해하며 부둥켜 안고 우는 모습은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배현성은 드라마 속 아버지 박지환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러냈다.

“정말 아버지 덕분에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어요. 진짜 따뜻하고 스윗한 분이세요. 사실 저도 처음엔 예전에 본 영화와 드라마 탓에 무서운 분일 거라고 생각하고 긴장했어요. 그러나 직접 만나니 전혀 다른 느낌의 사람이었어요 첫 만남에서 ”네가 내 아들이니?“라고 물으시면서 ‘앞으로 아버지라고 불러라’고 말씀하셨죠. 촬영 내내 진짜 아버지처럼 절 살뜰히 챙겨주시고 예뻐하셨어요. 시를 정말 좋아하셔서 저한테 인상 깊게 읽었던 시를 보내주시곤 했어요. 지금 제목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정말 아름다운 문구들이 많았어요.”

사진제공=어썸이엔티사진제공=어썸이엔티
배현성은 데뷔 후 잠시도 쉬지 않고 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제주도에서 ‘우리들의 블루스’를 촬영한 그는 차기작으로 오피스 드라마 ‘가오스 전자’를 선택했다. ‘우리들의 블루스’의 현이와는 정반대인 재벌 백마탄 역할을 연기할 예정이다. 부드러움 속 차가움, 온화함 속 강인함. 나이가 들어갈수록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는 포텐셜이 풍부하다. 본인은 자신의 매력을 뭐라고 생각할까? 이에 대해 질문을 던지자 수줍은지 얼굴이 빨개졌다. (역시 아직 소년이다!)

“글쎄요. 많은 분들이 제 눈이 따뜻해보이다가 어느 순간에는 차가워 보인다고 말씀하세요. 전 사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런지.(웃음) 앞으로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안해본 게 더 많잖아요? 액션물도 해보고 싶고 로맨틱코미디도 해보고 싶어요. 제가 지난해 드라마 ‘마우스’를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이승기 선배님이 연기하신 완전히 다른 두 얼굴을 가진 캐릭터를 꼭 연기해보고 싶어요. 진짜 재미있을 듯해요.”

‘가장 닮고 싶고 좋아하는 배우’를 묻자 배현성은 “박서준형이요”라고 대답했다. 박서준은 배현성이 소속된 어썸이엔티의 대표배우. ‘사회생활을 잘한다. 너무 정치적인 발언이 아니냐’고 농담을 건네자 손사래를 치며 “정말 이 회사 오기 전부터 좋아했다”며 진심임을 강조했다.

“서준이형은 정말 배울 점이 많은 분이에요. 카리스마 있을 때는 정말 무게감이 엄청 있고 능글맞은 역할을 연기할 때는 한없이 풀어지고 맡는 역할마다 자신의 얼굴을 적절히 변화하게 하는 게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평소엔 진짜 우리 형처럼 동생들을 잘 챙겨주세요. 연기에 대한 고민이나 궁금한 거 있어 질문하면 진짜 고민하시고 대답을 해주세요. 맛있는 것도 분기마다 잘 사주세요. 어떤 때는 고기, 다음에는 회. 먹고 싶은 만큼 사주세요. 형이 엄청 바쁘신데 시간 나서 부를 때면 만사 제쳐 놓고 뛰어가곤 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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