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사이즈도 예뻐" 2만원→8만원, 332% 급등 '09우먼' 뭐길래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2.06.17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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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사이즈도 예뻐" 2만원→8만원, 332% 급등 '09우먼' 뭐길래


지난 3월 23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새내기 '공구우먼'이 상장 3개월만에 331.5% 폭등했다. 한국 증시는 인플레이션 쇼크와 미국 금리인상으로 하락에 하락을 거듭했는데 이 기업 주가는 구름을 뚫고 날아올랐다.



2003년 설립된 온라인 쇼핑몰 공구우먼은 '자기 몸 긍정주의(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운동의 선구자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하자"는 이 운동은 여성들이 예쁘지만 몸을 압박하는 작은 사이즈 옷에서 벗어나 자신의 몸에 잘 맞는 편안한 옷을 입자는 것이다.

공구우먼은 2003년 '09WOMEN' 브랜드를 론칭해 55부터 99, 100, 120까지 '플러스 사이즈' 의류를 출시했다.



거센 '패션 민주화' 바람에 미국의 패션 브랜드 올드 네이비(Old Navy)가 '몸의 평등'을 선언한 것이 불과 지난해인 것을 감안하면 시대를 10년 이상 앞섰다.

기업명 또한 모든 여성이 체형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이즈를 선택하도록 도와준다는 의미로 0부터 9까지 모든 숫자를 뜻하는 '공구우먼'으로 지었다.

16일 코스닥 시장에서 공구우먼 (5,760원 ▼10 -0.17%)은 전일대비 1만7000원(16.46%) 내린 8만6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4~15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뒤 쏟아진 매물에 이날 주가는 큰 폭 하락했다.


파격적인 500% 무증에 '짧은 상한가 파티'..."주가에 선반영"
지난 14일 공구우먼은 보통주 1주당 신주 5주를 배정하는 파격 무상증자를 공시했다.

무상증자란 주식대금을 받지 않고 무상으로 주주들에게 주식을 새로 나눠주는 것이다. 한국 증시에서는 1주당 신주 1주를 배정하는 1:1 무상증자만 해도 '통큰 무증'으로 불린다.

그런데 지난달 코스닥 기업 노터스 (4,415원 ▲445 +11.21%)가 무려 1대 8 무증 공시를 하면서 6일 연속 상한가 기록을 세우는 일이 발생한다. 이후 파격적인 무상증자가 주가 부양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시장에 퍼지며 공구우먼(6월14일)과 조광ILI (732원 ▼14 -1.88%)(6월16일)가 1대5 무상증자를 결정했고 파격무증→상한가 파티가 벌어졌다.

공구우먼 김민경 화보/사진=공구우먼 공식 홈페이지 공구우먼 김민경 화보/사진=공구우먼 공식 홈페이지
앞서 코스닥 공모 과정에서 공구우먼은 흥행에 참패했다.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펀드매니저 참여가 저조해 결국 공모가를 희망 공모가 밴드 최하단보다 30% 낮은 2만원으로 확정했다. 공모 주식수는 112만주로 줄었고 공모 규모도 22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공모가 2만원 기준 시가총액은 734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공구우먼은 상장 만 3개월을 채우기도 전에 파격 무상증자를 결정하며 공모 흥행참패를 설욕했다. 이번 무증으로 공모 주식수는 5배로 불어날 예정이며 시가총액은 이미 3169억원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본금이 적지만 이익잉여금이 넉넉한 기업은 500%, 800% 무상증자가 가능하다"며 "하지만 무상증자 공시 전부터 주가가 급등했다면 무증이라는 재료는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고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최근 500% 이상의 무상증자가 유행처럼 번지는 가운데 앞으로도 파격 무증을 발표하는 기업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가 급등에 웃는 주관사 미래에셋
공구우먼의 상장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상장 주관사의 의무인수분으로 공구우먼 주식 3만3600주(0.92%)를 인수했고 취득금액은 약 6억7200만원이었다. 보호예수 기간은 상장 후 3개월로 6월 24일 보호예수가 풀린다. 이날 종가 8만6300원 기준으로 이미 331.5% 수익률이 난 상태다.

1대 5 무상증자의 신주배정기준일은 6월30일, 신주의 상장 예정일은 7월18일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보유 중인 물량을 신주를 받은 후에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공구우먼은 최대주주 김주영 대표 지분율이 33.9%, TS2018-12 M&A 투자조합(TS인베스트먼트) 지분율이 33.36%로 최대주주와 2대주주의 지분율이 거의 대등한 구조다.

2대 주주인 TS인베스트먼트는 2019년 12월 체결한 계약에 따라 김대표 지분 1.99%에 대한 의결권을 위임받은 상태로, 사실상 최대주주다. 1,2대주주의 지분은 30개월간 의무보호예수된다.

공구우먼 측은 "최대주주가 벤처투자조합이라는 특성상 매각 기회 발생시 보유 지분의 전부 또는 매각할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 경우 경영권이 변동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의무보호예수 기간 30개월 동안 지분매각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나 이후에는 경영권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TS2018-12 M&A 투자조합의 LP는 한국모태펀드로 국민연금 등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중소기업 공구우먼은 지난해 매출액 473억원, 영업이익은 103억원, 당기순이익 8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3년 연속 성장세를 기록하며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다만 상장 후 주가 급등으로 지난해 실적기준 PER(주가수익비율)은 36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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