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스텝에도 랠리했지만…강경 매파의 불길한 전향[오미주]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2.06.1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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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가 있었거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소개합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발표하기 전, 가상자산 운용사인 갤럭시 디지털의 CEO(최고경영자)인 마이클 노보크라츠는 마켓워치를 통해 경제 전망을 내놓았다.

연준이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고 증시는 랠리할 것이란 예상이었다. 그의 이 예언은 꼭 들어맞았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발표된 후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1%대 상승률을 보였고 나스닥지수는 2.5% 올랐다.



하지만 노보그라츠의 이후 예언은 투자자들에게 달가운 것이 아니었다.

그는 "경제가 붕괴할 것"이라며 "우리는 정말로 빠르게 침체에 빠질 것이고 이를 여러 가지로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택시장은 무너지고 재고는 폭발적으로 늘며 수많은 산업에서 해고가 이뤄질 것"이라며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떨어질 때까지 금리를 올려야 하는" 입장에 처해 "옴짝달싹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날 상승한 증시가 앞으로 수일간 매도세에 직면할 것이라며 "금리가 버블을 터뜨릴 만큼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버블의 증거로 스위스 고급시계 가격이 얼마나 터무니없이 올랐는지 언급하기도 했다.

자이언트 스텝에도 랠리했지만…강경 매파의 불길한 전향[오미주]


강경 매파가 금리 덜 올리자니…
금융시장은 이날 FOMC의 금리 결정을 환영했지만 노보그라츠의 암울한 전망과 더불어 마음에 걸리는 일이 또 있었다.


연준 내에서 내내 매파였던 에스더 조지 캔사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이번엔 비둘기파가 되어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에 반대한 것이다.

이날 FOMC 위원 11명 가운데 10명이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에 찬성했다. 조지 총재만 금리를 0.5%포인트만 올리자고 주장했다.

그가 FOMC에 참석하는 동안 대세에 반하는 의견을 낸 적은 절반 가량 되는데 모두 금리를 더 올리자는 것이었다. 너무 낮은 금리가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고 금융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금융시장이 혼란에 처하자 금리를 급하게 올리지 말자고 주장한 것이다.

조지 총재가 왜 0.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주장했는지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없다.

이에 대해 인플레이션 인사이츠의 사장인 오마이르 샤리프는 "에스더 조지가 온건파 입장에서 반대했다고? 그 반대가 아니고?"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드레퓌스 멜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빈센트 라인하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오래 전부터 0.5%포인트의 인상을 예고해왔다가 급하게 0.75%포인트 인상으로 마음을 바꾸자 조지 총재가 불만을 표시한 것일 수 있다고 봤다.

아직도 경제 오판하는 연준?
하지만 조지 총재가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다른 위원들과 다른 진단을 내리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예컨대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금리를 급하게 올린다고 잡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급격한 금리 인상은 경제만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연준이 경제 상황을 오판해 정책 결정을 잘못 내리고 있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물이 마켓워치에서 25년 이상 경제에 대해 칼럼을 써온 렉스 너팅이다.

그는 이날 연준이 1년 전에는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일시적"이라고 간과하더니 지금은 "또 다른 큰 문제, 급격히 둔화되는 경제를 놓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연준이 이날 FOMC 성명서에서 "전반적인 경제 활동은 올 1분기에 소폭 떨어졌다가 반등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데 대해 현실은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올 1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1.5%로 1년 전 대비 역성장했지만 실제 수요는 강했다는 설명이다. 너팅은 오히려 최근 들어 수요가 급감하며 경제가 급랭하고 있는데 연준은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소비 이동이 목격될 뿐 전반적인 지출은 매우 강하다"며 경제가 전반적으로 둔화되고 있는 조짐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소비 이동이란 소비 대상이 바뀌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S&P 글로벌 HIS 마킷은 경제가 반등하고 있다는 연준의 판단과 달리 올 2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를 최근 2.4%에서 0.9%로 하향 조정하고 내수 성장률은 2.5%에서 1.2%로 낮췄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지난 5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3%, 1년 전보다는 13.8% 감소했다. 또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수개월째 줄고 있다.

자이언트 스텝에도 랠리했지만…강경 매파의 불길한 전향[오미주]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 고조
너팅은 금리가 올라 중산층은 집을 살 수 없고 기업들은 조달 금리 상승과 미래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투자를 멈췄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당면한 인플레이션의 진짜 원인이 수요 증가보다 공급 부족에 있다면 오히려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주택을 더 건설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에는 수요가 늘어 물가가 오르는 수요 견인과 공급이 줄어 물가가 오르는 공급 견인이 있다. 너팅은 현재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이 원유와 농산물 중심의 공급 부족에 있다고 봤다.

이 경우 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을 낮추지 못한 채 수요만 죽여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를 동반한 경기 침체) 리스크만 높인다.

알리안츠의 경제 고문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이날 경제성장률과 금리 수준, 실업률에 대한 연준 위원들의 시기별 예측을 보여주는 '점도표'가 공개된 후 트위터에 향후 예상되는 금리 수준이 올라가면서 동시에 성장률 전망치는 낮아졌다며 "스태그플레이션 전제와 일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올해 말 금리 수준을 3.4%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3월보다 1.5%포인트 오른 것이다. 내년 말 금리 전망치는 3.8%로 지난 3월보다 1.0%포인트 상향됐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3월의 2.8%에서 1.7%로 낮아졌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4.3%에서 5.2%로 올랐다. 실업률 전망치는 올해 말 3.7%, 2년 뒤인 2024년에는 4.1%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에 대해 "경기 침체 리스크가 올라가고 있다는 연준 위원들의 암묵적인 인정"이라고 해석했다.

파월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침체를 피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소프트 랜딩(연착륙)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며 "(연착륙은) 점점 더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요인들이 좌우하게 됐고 원자재 가격 급등은 그 선택권(연착륙)을 우리 손에서 앗아갈 수 있다"고 토로했다.

자이언트 스텝에도 랠리했지만…강경 매파의 불길한 전향[오미주]
기업 이익 하향→주가 하락 불가피
이에 대해 TSL 롬바드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블리츠는 "파월 의장은 우리에게 연준 정책이 침체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라며 "다만 완만하게 조율해 시장이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은 주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RIA 어드바이저의 수석 전략가인 랜스 로버츠는 이날 마켓워치에 기고한 글에서 "연준이 침체장과 경기 침체를 차단시켜 주기를 바라지만 비즈니스 사이클은 연기될 뿐 결코 취소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미 경기 하강은 시작됐고 연준의 금리 인상은 이 하강폭을 키워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업 이익은 축소되고 증시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우리는 이제 막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에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지금 최우선 순위는 리스크 관리가 돼야 한다"며 "이 같은 이익 전망치 하향 추세가 반전되는 것이 침체장 종말과 다음 강세장 시작을 파악하는데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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