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지, 사진제공=tvN
‘태양의 신부’ ‘잘 키운 딸 하나’ ‘미녀의 탄생’ 등을 쓴 윤영미 작가와 ‘몽정기2’ ‘미스터 주부’ ‘캐치미’ 등에 스태프로 참여했던 박봉섭 감독의 연출로 탄생한 ‘이브’는 고품격 격정 멜로 복수극을 표방하고 있다. 과거 재벌가 욕망의 희생양이 돼 모든 걸 잃고 사라졌던 이라엘 또는 김선빈(서예지)이 복수를 위해 철저히 계획된 행보를 통해 재벌가의 회장 강윤겸(박병은)을 유혹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서예지, 사진제공=tvN
그 안에 있는 서예지 역시 문제적인 배우다. ‘이브’는 처음부터 끝까지 서예지로부터 시작하고, 서예지로 인해 작동하는 작품이다. 그가 연기하는 라엘이 윤겸의 곁으로 다가가 “선택할 기회를 주겠다. 기회는 다시 없다”고 말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고, 마치 가스라이팅처럼 보이는 이유는 그의 전력 때문이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통해 주연으로서 크게 입지를 다진 서예지는 바로 이듬해 다양한 논란에 휩싸인다. 연인이었던 배우 김정현에게 드라마 ‘시간’에서 스킨십 연기 거부를 사주했다는 ‘가스라이팅 논란’과 학교폭력의 주인공이었다는 논란 그리고 촬영장에서의 갑질 논란이 뒤를 따랐다.
여기에 서예지는 학력 논란에도 휩싸이며 짧은 시간 대중의 뇌리에서 사라져갔다. 그가 문제적이었다는 의미는 이러한 봇물 터지는 논란 속에서 명확한 입장을 전하지 않고 그저 몸을 숨기는데 급급했다는 데 있다. 그는 ‘이브’ 출연에 앞서 남긴 사과문에서도 진정성을 보이지 않아 드라마를 앞둔 많은 시청자들에게 선입견을 남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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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지, 사진제공=tvN
이는 마치 한 인물에 대한 4D 영상급의 실재감이자 돌비 서라운드 음향급의 깊이였던 것이다. 정작 논란 속에서 컴백한 서예지는 논란이 가득할 수 있는 작품과 캐릭터를 갖고 마치 작품과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그가 드라마의 제작발표회에 참여하지 않거나 그 외의 반응을 일절 내지 않는 침묵과 결부돼 한 번도 본 적 없는 정서를 만들어낸다.
시청자들은 TV 속 라엘을 보고 있는 것인지, 실제 서예지를 보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이러한 착각은 다소 환각적인 편집으로 이러한 감정을 극대화하는 연출자의 ‘과잉’ 편집을 통해 더욱 배가된다. 단순히 자극의 크기로만 가늠할 수 없는 이 작품의 ‘문제성’은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드라마 속 인물의 성격은 실제와는 다르다’는 배우와 관객 사이의 신화를 과감히 깨내는 원동력이 된다.
서예지. 사진제공=tvN
과연 캐릭터와 배우는 어디까지 동일시될 수 있고, 어느 시점까지 동일시될 수 있을까. 문제적 작품 ‘이브’와 문제적 배우 서예지의 결합은 2022년 6월 우리의 가장 큰 의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