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IT, 쌓이는 재고에…잠 못드는 부품업계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22.06.1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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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IT, 쌓이는 재고에…잠 못드는 부품업계


세트(완성품) 업체의 재고 전략에 부품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코로나19(COVID-19)봉쇄 등으로 인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로 소비자 수요가 줄면서 세트 업체들의 재고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추세가 계속될 경우 세트업체들이 제품 생산을 줄이면서 시차를 두고 부품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트업체들의 부품 재고 수준이 평소보다 늘어나는 추세다. 각 기업들이 재고 상황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수준을 알긴 어렵지만 평상시보다 1.5배에서 2배 가량 부품 재고가 쌓여있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트업체들이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재고를 쌓아두는 경향이 커졌는데,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수요가 하락하면서 과잉 재고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소비 둔화가 스마트폰과 IT(정보기술)제품부터 가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나타나는만큼 영향을 받는 부품 역시 D램과 낸드플래시를 포함한 메모리반도체,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디스플레이 등 다양하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2분기 PC 수요가 크게 감소하면서 D램 재고 일수가 10~14주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또 6월 중순 기준 세트업체들의 MLCC 재고 일수는 90일 이상이라고 추정했다. MLCC는 반도체에 전기를 일정하게 공급하는 댐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들어간다.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DSCC는 TV 세트업체들의 패널 주문이 줄어들면서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 역시 재고 일수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와 BOE, 차이나 스타 등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TV 패널 재고 일수가 평균 43일 정도인데 1분기엔 56일로, 잉여 재고가 2주 분 정도 증가했다고 추측했다. 노트북 패널 재고 기간 역시 기존의 6~8주에서 최근 들어 2~4주 늘어난 8~12주 가량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3분기 들어서도 소비자 수요가 되살아나지 못하면 부품 재고 증가로 공급가격 역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PC향 범용제품(DDR4 8Gb 기준)의 5월 고정거래가격이 3.35달러로 넉 달만에 하락했다. 트렌드포스는 "이미 많이 쌓인 2분기 D램 재고가 계약 가격을 압박하고 있는데다, 글로벌 물가 상승과 소비자 수요 약세가 이어지면 3분기 계약 가격도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LCD 패널 역시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위츠뷰는 6월 상반기 32인치 LCD TV패널 가격은 30달러로, 한달 전보다 20% 하락했고 전년도 동기(87달러)보다는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트업체에서 주문을 넣어야 재고 일수가 줄어드는데, 주문이 적게 들어오니 재고 일수가 늘어나는 것"이라며 "전방산업인 세트업체가 먼저 받았던 수요 감소 영향을 이제 부품업체까지 줄줄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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