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이 집밥보다 나을 수 있다" 하림의 자신감

머니투데이 대담=강기택 산업2부장, 정리=박미주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2022.06.22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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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가공식품이 안 좋다는 편견을 버려야 해요. 가정에서 만드는 건 좋고 공장에서 만드는 건 안 좋은 게 아닙니다. 식자재와 공정이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의 바잉파워를 이용해 소비자가 직접 식자재를 사서 조리한 것보다 더 경제적이면서도 더 신선하고 맛 있는 가공식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하림그룹이 '더미식' 브랜드로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뛰어들었다. 자연 그대로의 신선한 식재료로 최고의 맛을 내겠다며 프리미엄 라면과 짜장면, 즉석밥을 내놓았다. 탕과 찌개 등 모두 100여가지 제품을 단계적으로 출시할 방침이다.

경쟁이 치열하고 크게 돈벌이가 되지 않는 식품사업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건 '가공식품 2.0시대'를 열어 보이겠다는 김홍국 하림 회장의 오랜 의지와 소명의식이 작용했다. HMR이 현재진행형 사업이라면 그가 기획하는 또 하나의 신사업은 도시첨단물류사업이다. 그를 서울 논현동 하림타워에서 만나 하림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HMR 시장에 진출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딸이 라면을 먹으면 입 부근에 아토피가 생긴 게 하나의 계기였습니다. 가공식품이 과거에 못 살던 그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민소득에 걸맞는 가공식품이 필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HMR이 밥상을 대체해가고 있고 HMR이 곧 식품시장이므로 종합식품기업으로서 시장의 흐름을 따라야겠다고도 판단했습니다. 좋은 식재료로 영양과 맛을 제대로 살려낸 가공식품을 만들어보자고 구상했습니다. 대략 6여년 전입니다.

-라면과 짜장면을 먼저 출시했는데 기존 제품과 어떻게 다릅니까.
▶가공식품을 1세대와 2세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라면을 예를 들면 소고기 향미제로 맛을 내는 게 1세대라면이라면 2세대 라면은 자연의 식재료로 맛을 내는 것입니다. 즉 자연의 신선한 식재료료 최고의 맛을 내는 게 가공식품 2.0의 정의입니다. 하림의 라면은 소고기와 소뼈를 고아 농축시켜서 액상으로 스프를 만들었습니다.

-즉석밥도 차별화한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더미식 밥은 집밥과 똑같은 밥입니다. 일반 즉석밥은 산미제를 쓰면 탈색이 돼 밥 색깔이 하얗게 됩니다. 진공포장을 해서 밥이 눌려 있습니다. 반면 집밥의 특징은 미색이고 밥알이 살아 있습니다.산도가 중성이고 냄새가 안 납니다. 더미식 밥은 쌀과 물 100%로 집에서 하는 밥과 똑같이 만든 것입니다.


-개발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개발에 5년이 걸렸습니다. 직영식당이 14개가 있는데 각 식당의 셰프들과 그룹의 연구개발(R&D) 인력 70명이 참여했습니다. 먼저 제품을 개발하고 땅을 매입해 공장을 착공했고 지난해말 생산과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하림의 식품 철학은 '자연의 신선한 재료로 최고의 맛을 낸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식스모어(6 more)'입니다. 더 신선하고, 더 맛있고, 더 위생적이며, 더 건강하고, 더 편리하고, 더 경제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밥과 라면이 국민들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이라 먼저 출시했고 앞으로 갈비탕, 냉이국, 냉이라면, 된장라면 등 각종 국·탕·찌개, 간식류 등 100가지의 제품을 더미식 브랜드로 출시할 계획입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고가라는 시장의 평가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고가 전략'을 세운 적도 시행한 적도 없습니다. 자연에 가까우면서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무엇보다 식자재와 공정을 다르게 했습니다. 소고기 향을 넣은 스프를 만드는데 100원이 든다면 소고기나 닭고기를 끓여 농축시키면 비용이 5배~15배가 듭니다. 같은 재료와 레시피 그대로 만들면 '고가 전략'이 아니라 '저가 전략', '적가 전략'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느낄 겁니다. 포장지에 QR코드를 인쇄해 제조공정을 영상으로 보고 제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고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소비자들도 이를 알고 인정할 것이라고 봅니다.

-HMR 말고 추진하려는 신사업이 있으십니까.
▶더미식 브랜드의 진정성을 알리는 것과 함께 양재동 부지에 도시첨단물류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에 당분간 집중할 생각입니다. 도시 물류는 공장이나 농장에서 야간에 포장하지 않은 채 싣고 와 도시 안에서 가정으로 배송하는 것입니다. 포장 과정이 줄면서 쓰레기도 감소하고 물류비를 낮출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행되는 제도이자 도시내 복합시설입니다. 하림이 물류 시스템을 만들고 각 분야별 업체에 아웃소싱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입니다.

-기간이 많이 소요되고 개발비도 많이 들어갈 것 같습니다.
▶ 관련 법령의 취지를 잘 살리고 서울시의 경쟁력, 서울시민들의 편의성, 공익적인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사업계획을 준비해 나가고자 합니다. 서울시의 인허가를 거쳐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서울시의 협력과 지원을 받으면서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완공까지 5년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합니다. 땅값을 제외하고 4조원이 넘게 들어갈 것으로 봅니다. 물류 관련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받으려고 합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물류 관련해서는 팬오션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작년에 영업이익이 5729억원 났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발틱건화물운임지수(BDI)가 폭락하고 경기가 안 좋을 때였는데 자연의 이치는 올라가면 떨어지는 것이고 떨어지면 올라가는 것이라고 보고 베팅을 했습니다. 언론에서 부정적으로 봤는데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하면서 '신의 한수'라고 하더군요. 그때 1조600억원을 써냈는데 지금의 영업이익 같으면 그 가격에 못 샀을 것입니다. 하림은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이고, 식품은 생산~제조가공~유통판매~소비가 연결되는 사슬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글로벌 곡물트레이딩 사업에 진출한 것도,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을 하려는 것도 이러한 식품사슬의 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하림의 사업이나 성장 외에 개인적인 인생의 목표가 있다면.
▶양재동 도시첨단무류단지 조성사업만 해도 완성하려면 몇 년이 걸립니다. 그러면 나이가 일흔이 훨씬 넘어갑니다. 새로운 일, 특별한 일을 하려고 하지 않고 지금까지 벌려 놓은 일을 잘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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