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의료데이터 보험사 제공논의 재개시···3조 데이터 확보할까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2.06.16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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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의료데이터 보험사 제공논의 재개시···3조 데이터 확보할까


잠시 보류됐던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의 공공의료데이터 보험사 제공 논의가 재개됐다. 건보공단은 올해 초부터 보험사는 물론이고 이들에게 데이터를 제공하는 걸 반대하는 의료계와 시민단체·건보공단노동조합 등의 의견을 수렴해 중재안을 준비했다.

15일 보험업계와 건보공단에 따르면 이달 중 건보공단은 보험업계 관계자들이 만나 중재안 초안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예정이다. 보험업계 뿐만 아니라 건보공단 데이터는 민감한 내용들이라 민간 보험사에 제공하면 안된다는 입장을 지닌 의료계 등과도 각각 관련 간담회를 진행했거나 진행할 계획이다.



중재안 초안 설명은 당초 지난달 보험사와 의료계, 시민단체 등 이해집단이 모두 참여하는 자리에서 각자 의견도 경청하면서 실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각계의 의견이 서로 첨예해 개별적으로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건보공단이 마련한 1차 중재안은 민간 보험사들이 공공 보험 영역에 기여할 수 있는 협력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과잉진료로 인한 실손의료보험이 건보공단의 재정 지출 여부와도 어느 정도 닿아있는 만큼 협력할 여지가 충분하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아직 초안이고 각계 의견도 들어야 한다"며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방향의 중재안을 마련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건보공단에 공공의료데이터 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되면서 가능해졌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7월 2002~2019년 △장애 및 사망 △진료 및 건강검진 △요양기관 현황 등에 대한 일부 데이터를 건보에 요청했다. 당시 한화생명을 비롯해 삼성생명·교보생명·KB생명·현대해상 등이 참여했다. 건보공단은 두 달 후 5개 보험사들의 공공의료데이터 개방 요청을 불허했다.

보험사들이 데이터를 근거로 개인을 특정해 보험료를 할증하거나 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데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의 입장이 반영된 결정이었다.


당시 건보공단은 △국민 이익 침해 가능성 △과학적 연구 기준 부합 여부 △자료제공 최소화 원칙 부합 여부 등을 데이터 제공 거부 이유로 들었다. 특히, 건보공단은 공공의료데이터 제공으로 도출된 결과가 국민 이익을 침해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되지 않게 연구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른 과학적 검증을 거치는 체계를 마련하라고 보험사들에 주문했었다. 학계나 공공연구소 연구진과의 협업 연구를 하거나 전문 학술지의 검증을 거치는 등의 절차를 예시로 들기도 했다.

각사 영업기밀인 상품개발 과정과 위험료 산출 기준 등의 대외 공개를 부담스러워한 보험사들의 반발이 심했기 때문에 이번 중재안에 이 같은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공공의료데이터를 보유한 또 다른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건보공단과 달리 현재 보험사들에게 공공의료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건보공단이 약 3조4000억건, 심평원이 약 3조건의 보건의료 데이터를 보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보험사들은 유병자 보험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의료데이터를 우리 국민들의 건강정보와 동떨어진 호주나 일본, 캐나다 등에서 사와야 했다. 심평원에 이어 건보공단 자료까지 확보하면 출시가 어려웠던 질병 관련 보장 보험 상품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중재안이 제안돼 데이터3법 도입 취지에 맞는 산업 발전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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