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로 버티는 아시아나가 독자생존? "빠른 합병이 살 길"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22.06.16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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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독자생존론 톺아보기-上]아시아나항공 올해 갚아야할 부채만 3조8000억원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합병 승인이 늦어지고 아시아나가 지난 네 분기 연속 흑자에 이어 이번 분기에도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른바 독자생존론이 일각에서 다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아시아나의 재무상황을 보면 독자 생존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게 중론이다. 높은 부채비율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규모 등을 고려하면 대한항공과의 인수합병 없이 살아남기가 사실상 힘들다는 얘기다. 설익은 독자생존론이 합병 승인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두 기업은 물론 한국 항공산업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액은 1조3490억원, 영업이익은 660억원으로 예상된다. 지난 4개 분기 연속 흑자를 낸 데 이은 호실적이다. 지난 분기에는 1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인 1769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재무상황 심각...올해 안에 갚아야 할 돈만 3조8000억원
회사채로 버티는 아시아나가 독자생존? "빠른 합병이 살 길"


흑자 행진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는 지난 9일 1750억원 규모의 무보증 사모 영구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아시아나가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은 그동안 쌓인 빚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나가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차입금은 3조4163억원이다. 영구채를 제외한 금액이다. 여기에 장·단기 차입금 7조7667억원에 대한 연간 이자비용만해도 3000억원이 넘는다. 영구채에 대한 이자까지 더하면 4000억원 이상이다.

결과적으로 올해 아시아나가 갚아야 하는 총액은 3조8420억원에 달한다. 아시아나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사용가능한 단기금융자산을 포함해 6268억원이다. 이 자산을 모두 부채를 상환하는데 사용한다고 해도 3조2000억원 이상이 남는다.


아시아나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이익을 계속 올린다고 가정하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현금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인 EBITDA(상각전 영업이익)가 1조5000억원 가량이다. 이를 감안해도 부채 상환을 위해선 1조7000억원 이상의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하단 얘기다.

실제로 이같은 막대한 채무때문에 이번 전환사채 발행 역시 흥행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전환사채 발행에 있어서 대한항공의 인수·합병을 통해 재무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은 투자자 모집의 중요한 요소였다. 그러나 아시아나의 독자생존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규모가 대폭 줄었다고 한다. 아시아나는 당초 3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목표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결 기준 부채비율 2811%...대한항공 인수 없이는 매번 고비
아시아나의 부담은 회사 자체의 차입금에 국한되지 않는다. 50% 이상 자본잠식 상태인 에어부산,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에어서울 등 부실 자회사에 대한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도 책임져야 한다.

물론 차입금의 대부분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의 정책지원금이기 때문에 만기연장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뒤집어 말하면 아시아나의 자력 생존 능력이 떨어진다는 얘기기도 하다.

올해 1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11조7519억원, 자본총계는 5297억원이다. 이를 토대로 한 부채 비율은 약 2219%에 달한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보면 부채비율은 2811%으로 더욱 심각하다. 그나마 현재 국제회계기준(IFRS)에서 영구채를 자본으로 인정해줘서 간신히 자본잠식은 면했다.



단기 채무 상환능력을 가늠하는 지표인 유동비율도 정상 범주에서 벗어나있다. 1분기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자산은 2조2263억, 유동부채는 5조1939억원으로 유동비율은 42.8%에 불과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의 재무상황은 몇년간 좋은 실적을 올려서 해결될만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한항공과의 합병 없이는 한해 한해 고비를 맞을 수 밖에 없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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