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을 어떤 ‘개별’로 뒷받침할까

머니투데이 백우진 글쟁이(주) 대표 2022.06.1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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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글쓰기 원포인트 레슨]‘적절한’ 개별을 찾아서 제시해야 글의 일반이 호소력 확보

편집자주 많은 리더가 말하기도 어렵지만, 글쓰기는 더 어렵다고 호소한다. 고난도 소통 수단인 글을 어떻게 써야 할까? 리더가 글을 통해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노하우를 구체적인 지침과 적절한 사례로 공유한다. <백우진의 글쓰기 도구상자>와 <일하는 문장들> 등 글쓰기 책을 쓴 백우진 글쟁이주식회사 대표가 연재한다. <편집자주>

▲백우진 글쟁이㈜ 대표▲백우진 글쟁이㈜ 대표


일반과 개별을 오가는 사고는 글쓰기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 사고에는 여러 개별에서 일반을 추출해내는 상향 방향과 일반에서 그에 알맞은 개별을 찾아내는 하향 방향이 있다. 이 글은 일반에 적합한 개별을 찾아 선택해야 함을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사일로 효과는 조직의 부서가 다른 부서들과 소통·협력하지 않고 자기 부서의 일만 챙기는 부서 이기주의를 가리킨다. 사일로(silo)는 원래 곡식 및 사료를 저장해두는 굴뚝 모양의 창고를 가리키는 말이다. 사일로 효과는 부서 성과주의 아래 조직 내 각 부서가 사일로처럼 서로 차단된 데서 비롯된다. 사일로 효과는 ‘부서 간 칸막이’라는 용어로도 쓰인다.



이와 같은 용어 설명을 ‘일반’이라고 했을 때, 여기에 해당하는 적절한 ‘개별’로 무엇이 있을지 잠시 생각해보자. 즉, 사일로 효과의 예로 무엇을 들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이제 이 글의 개별은 적절한지 판단해보라.
‘일반’을 어떤 ‘개별’로 뒷받침할까
사일로 효과는 최근 만들어진 용어가 아니다. 이미 2006년에 이를 다룬 책이 출간되어 국내에 ‘사일로스’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이 책에서 제시한 가상의 사례는 A회사가 B회사에 합병된 이후 마케팅 부서에서 두 회사 출신이 제각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옛 A회사에서 야심 차게 새로운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출시하고 매체 광고를 실었는데 옛 B회사도 동일한 매체에 값이 더 저렴한 기존 솔루션 광고를 집행했다. 이 가상 사건은 마케팅 부서에서 A회사 출신과 B회사 출신 사이에 칸막이가 제거되지 않아 소통과 협력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사일로 효과의 부서 간 칸막이는 물리적인 칸막이가 아니다.



그 ‘칸막이’는 물리적인 칸막이가 아니다 이 가상 사건에 비하면 위 글에서 든 개별은 적절하지 않다. 위 글은 과거에 정부 차원에서 추진된 ‘정부 3.0’을 설명하는 기사의 일부다. 정부 3.0은 정부 운영방식을 ①일방향적 서비스에서 양방향적 서비스로, ②일선 기관만 국민과 접점에서 국민과 다양한 접점으로, ③계층적·경쟁적 사일로에서 수평·협력적 매트릭스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맥락에서 보면 위 글의 ‘부서 간 칸막이’는 분명히 사일로 효과의 사일로를 가리킨다. 이런 비유적인 ‘칸막이’를 위 글은 물리적인 칸막이로 이해하고 그에 해당하는 개별을 찾아냈다. 그 결과 사례가 엉뚱해졌고, 위 글은 설득력도 잃게 됐다.

한편 일반을 어떤 개별로 설명하는가/설명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학문과 문학에서도 ‘전형성’이라는 개념으로 다뤄진다. 전형성을 『실험심리학용어사전』은 ‘어떤 범주의 한 구성원이 그 범주의 다른 구성원을 대표하는 정도’라고 풀이한다. 『Basic 고교생을 위한 문학 용어사전』은 이를 ‘특정한 역사적 단계에 처해 있는 어떤 특정한 사회의 성격과 내부적 모순을 가장 잘 드러내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격들, 혹은 그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요소들이 소설 속에 잘 반영된 경우를 지칭한다’고 설명한다. 전형성을 갖춘 소설은 개별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해당 사안에 관한 한 그 사회의 전반을 함축한다.


여기서부터 앞서 공유된 개별에 대한 반전을 펼쳐보인다. 책 『사일로스』는 두 회사가 합병된 후 조직이 실질적으로 통합되지 않은 데서 비롯된 사건을 ‘사일로 효과’의 개별로 들었다.

그러나 합병 이후에도 따로 움직이거나 갈등하며 자리를 놓고 다투는 부서들의 문제는 ‘사일로 효과’와 다른 결에서 비롯된다. 그런 문제는 합병한 기업에서 기본적으로 발생한다. 그래서 합병후통합(PMI, Post-Merger Integration)이라는 용어가 나왔다. 합병 이후 통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PMI가 추진되는 것이다. PMI는 조직의 비전, 경영자의 리더십, 가시적 성과, 기업문화, 소통, 리스크 관리 등에 대해 진행된다.

합병 이후 조직의 문제와 사일로 효과의 조직의 문제는 계기가 다르다. 『사일로스』에서 제시한 개별은 PMI로 해결해야 할 문제의 일부다. 문제가 발생한 계기이자 문제 해결의 전제가 서로 다른 두 기업의 합병이다. 그에 비해 사일로 효과는 부서가 많이 세분됐고 사업장이 여러 곳에 분산된 큰 조직에서 발생한다. 사일로 효과는 대개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생긴다고 볼 수 있다. 해법도 다르다. 『사일로스』에서 제시한 개별 상황의 해법은 마케팅 부서 내 구성원들을 융합시키는 것이고, 사일로 효과를 해소하는 방안은 부서 간 소통과 협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 등이 될 수 있다.

사일로 효과를 설명하기에 적합한 개별은?
사일로 효과를 설명하기에는 어떤 개별이 적합할까? 1990년대 초 IBM이 알맞지 않을까? 당시 IBM의 사업부들은 부서 이기주의에 갇혀 있었다. 영업직원들은 자기 사업부의 제품을 판매하는 데만 주력했다. 그러다 보니 고객 앞에서 다른 사업부 제품을 깎아내리기도 했다.
IBM은 사일로 효과를 제거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취했나? 급여 책정의 근거에 부서 간에 얼마나 협력했는지, 회사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추가했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종전에는 한 고객사를 놓고 각 사업부가 저마다 매출을 극대화하려 했다면 이후에는 IBM의 고객사별 매출이 관리 대상이 됐다.

그래서 어느 고객사에 대한 IBM의 매출이 크게 늘었고 그 과정에 고객사 수요에 집중한 두 사업부의 협업이 있었다면, 예컨대 A사업부가 B사업부에 매출을 양보했다면, 그런 협업을 두 사업부 평가에 반영하는 식이었다. 이와 같은 방법은 사일로 효과를 없애고 IBM을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움직이는 회사로 바꿔놓았다.

개별 없는 일반은 공허하다. 적절하지 않은 개별로 뒷받침된 일반은 호소력을 갖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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