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타기 하려다 대주주될라…저점매수 타이밍은?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22.06.1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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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밀리면서 저점매수, 이른바 '물타기'를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국내 증시가 휘청이며 코스피 시장에서 147개, 코스닥 시장에서 297개 종목 등 모두 444개 종목이 52주 신저가를 경신할 정도이니 저점매수를 생각해볼 법 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장이 바닥을 다지는 모습을 좀 더 확인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아직 기다리라는 의미다. 지난 주말 미국증시 급락이 트리거가 됐지만 국내외 전반의 경제여건이 좋지 못하다는 점이 근본적 배경으로 꼽힌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 저점지표로 자주 활용되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기준으로 산정한 코스피지수는 2530 가량이며 0.9배는 2280 전후다. PBR 1배는 상장기업들 전체의 장부상 자산가치와 시가총액이 같다는 점을 의미한다.

때문에 PBR 1배는 강력한 저점 신호로 인식되지만 절대적인 저점신호는 아니다. PBR 1배가 깨진 것은 최근 20년간 3차례(2003년, 2008년, 2018년) 정도였다. 물론 주가는 장기적으로는 다시 제자리를 찾았으나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주가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



인고의 세월이라고 하기에는 기회비용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코스피 저점 전망치를 2400까지 낮추는 증권사들도 상당하다. 증권사 투자전략 팀장들은 주가측면에서 저점매수를 거론할 수는 있지만 좀 더 시장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주식전략부 팀장은 "최근처럼 기업들의 실적에 의구심이 제기될 때는 PBR 1배의 저점논리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며 "2018~2019년 반도체 업황이 호황기를 지나고 미중 무역분쟁이 발생했던 시기(2019년 8월) 코스피 PBR은 0.82배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경기침체 우려가 가격에 반영되는 시기이고 이런 흐름에 동조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날수록 PBR 1배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PBR 1배가 지지선으로 역할을 하려면 경기침체 우려가 사라진다는 징후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그럴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경제가 문제인데 미국의 경우 부동산, 내구재 소비 둔화 조짐이 뚜렷히 나타나면서도 물가 상승 압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불안요인"이라며 "5월 미국과 유로존 등 물가상승이 예상을 상회한 만큼 물가와 긴축불안은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가 밸류에이션보다 기업이익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경기와 물가가 문제가 돼도 기업들의 실적이 튼튼하다면 시장은 반등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면 주식시장의 불안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022~2023년 코스피 기업들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아직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실제 실적과 전망의 괴리가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택 KB증권 주식전략팀장은 3분기까지 미국의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이 8% 중반을 유지한다는 것이 컨센서스(시장전망)라며 이로 인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더욱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인상을 감안하면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가 '50'을 하회한 뒤 매수 타이밍을 잡아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자칫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경우 ISM지수가 '40 중반'에 도달할 때까지 매수시점을 늦춰야 할 수도 있다고 이 팀장은 조언했다.

시장은 당분간 어렵겠지만 반등구간에 진입할 경우 주목할 업종은 글로벌 소비재(IT, 자동차)와 의류, 여행, 에너지 등이 꼽혔다. 반대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성장주는 투자에 주의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양혜정 DS투자증권 투자전략가는 "저금리와 저물가 상황에서는 비용을 인식하지 않고 성장(매출증가)에만 집중해도 됐지만 금리상승과 인플레이션이 이뤄지면 사정이 달라진다"며 "특히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상황은 한국 수출기업에 유리하기 때문에 수출비중이 큰 IT와 자동차 업종을 주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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