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왜 타나" 경유값 2000원 돌파에 외면받는 디젤차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2.06.1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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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5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12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를 리터당 2190원, 경유를 2180원에 판매하고 있다.2022.6.12/뉴스1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5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12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를 리터당 2190원, 경유를 2180원에 판매하고 있다.2022.6.12/뉴스1


연일 유가가 치솟으면서 경유(디젤)차량에 대한 수요와 가격이 모두 떨어지고 있다. 낮은 연비 때문에 쓰는 경유차의 이점이 사실상 사라지면서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값은 리터(ℓ) 당 2073.4원으로 집계됐다. 리터 당 2073원을 기록한 휘발유보다 비싸다. 경유값은 휘발유값과 함께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리터당 1500원대였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글로벌 악재가 겹치면서 고공행진 중이다.



경유가 휘발유가를 역전하는 현상이 계속되면서 경유 소비는 크게 줄고 있다. 지난 4월 경유 소비량은 1171만5000배럴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410만6000배럴) 보다 16.9% 감소한 수치로, 2019년 9월 이후 2년 7개월 만의 최저치다. 코로나19로 인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던 때보다 더 줄었으며, 코로나 이전인 2019년(1546만1000배럴)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 크다.

이는 고스란히 중고 경유차 값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직영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가 출시 12년 이내 740여개 모델의 평균 시세를 분석한 결과, 이달 경유차 값은 1.2% 하락할 전망이다.



신차 출고 지연 여파와 고유가, 고금리 부담에 중고차 거래량이 전반적으로 줄었고, 시세 하락이 2개월째 이어졌다. 케이카 관계자는 "자동차 공급 부족과 구매 심리 위축으로 중고차 거래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고가·디젤 차량을 중심으로 시세 조정이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도 이달 국산 중고차는 0.83%, 수입차는 0.45%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중고 경유차를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고유가가 더욱 악재가 됐다. 타던 경유차를 급하게 처분할 일이 생긴 직장인 김모씨(33)는 팔 생각만 하면 갑갑하다. 2018년 BMW 3시리즈(F30) 중고 디젤 차량을 3800만원에 매입했지만 고유가 여파로 디젤 중고차 가격이 하락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다.

나름 가격 방어가 잘 되는 인기 차종에, 주행거리도 6만㎞대지만 기대를 낮췄다. 김씨는 "중고차 거래사이트에 올라오는 같은 차종의 가격을 알아보니 생각보다 엄청 내렸더라"며 "가격 방어가 어느정도 될 줄 알았는데 지금은 (딜러에 팔 때) 2000만원 건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신차 시장에서도 경유차 퇴출이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국내를 비롯한 미국·유럽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친환경 전환이 속도를 내면서 경유차 대신 하이브리드·전기차 등이 출시되는 가운데 경유값 상승으로 설 자리가 더욱 사라지는 셈이다.

국내 완성차 5개업체 기준 올해 1분기 판매된 경유 승용차 모델은 총 16종으로, 2018년의 3분의 1수준이다. 같은 기간 국내 경유차 판매량은 4만3517대로 전년 동기보다 41.5% 감소했다. 판매 비중은 13.5%로 200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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