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값' 만만찮네…금리인상에 사모펀드 자금조달 난항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22.06.13 11:49
글자크기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국내 한 PEF(사모펀드) 운용사 임원의 말이다.

대형 딜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인수대금을 납입하기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도 자금조달이 쉽지 않다. 최근 부쩍 높아진 금리 때문이다.

13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대형 딜을 추진중인 PEF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수금융을 주선한 증권사들은 펀드 등으로 유동화해야하는데 '돈값', 금리가 올라 '완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LP(기관투자자)들도 투자결정을 내리기까지 예전보다 훨씬 까다로운 절차를 밟는다.



현금 흐름이 양호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우량매물 딜의 경우 우선협상권을 쥔 PEF가 인수금융 시장에서 그동안 '갑'의 위치에 있었다. 증권사 입장에선 주선을 맡기만 하면 수수료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했다. '완판'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금리가 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인수대금의 높은 비중(70~80% 수준)을 인수금융에 의존하는 경우 주선 증권사의 자금주선 성과에 따라 딜이 무산될 가능성도 생겼다. 금리 상승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우며 금융주선이 더 어려운 일이 됐다.



PEF의 '돈줄'을 자처하던 LP들의 '돈줄'도 말라가고 있다. PEF와 찰떡궁합인 주요 공제회들도 마찬가지다. 공제회에서 대출을 받아가는 회원들이 늘었다. 금융당국이 대출규제를 강화하고 시중은행 금리가 높아진 탓이다. 국내외 주요 대형 기관투자자들도 최근 변동성높은 시장상황을 고려해 지분투자 비중을 늘리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공제회 외 다른 LP들도 금리인상 국면에서 최대한 보수적인 자세다. 한 대기업 금융계열사는 더 이상 특정 프로젝트 펀드 투자를 하지 않고 블라인드 펀드에만 투자키로 최근 결정했다. LP들과의 관계를 쌓아두고 대형 블라인드 펀드를 이미 조성해둔 중대형 PEF가 아니라면 설자리가 더 좁아진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PEF들이 진행중인 주요 딜은 △베어링PEA의 PI첨단소재 경영권 인수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의 이천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산업가스 생산설비 인수 △얼라인파트너스의 JB금융지주 지분 14% 인수 등이 있다.


한편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0.5%에서 0.75%로 오른뒤 0.25%p(포인트)씩 네차례 더 올라 현재 1.75%다. 한은 금통위는 다음달 14일과 8월, 10월, 11월 등 올해 네차례가 남았다. 금융시장에선 연내 최고 2.75%까지 기준금리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 한은 역시 이 같은 시장 기대가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한번에 금리를 0.50%p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IB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자금시장이 상당히 경색돼 사모펀드들이 처한 여건도 예전같지 않다"며 "실제로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늘어 깨질 위기에 놓인 딜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