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급했다"는 대통령실, 방탄창 공사는 상장사 몫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2.06.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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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경호처, 대통령비서실 공사계약 140여 건 분석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 새 정부 슬로건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 새 정부 슬로건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대통령비서실이 윤석열 대통령이 근무할 용산 집무실의 리모델링 공사 일부(간유리 시공)를 경기도 포천 소재 설립 6개월 된 영세업체에 맡겨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창호공사는 공사 경험과 기술력이 입증된 상장사와 계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 소규모 건축 공사도 관련 업력과 일정 시공능력을 갖춘 업체를 선정했다. '공사가 급하게 이뤄지는 과정에서 시간이 되는 업체(다누림건설)를 알음알음 찾았다'는 대통령실의 설명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창호공사, 업력 60년 상장사와 계약…사무실·상황실 건축 공사도 실적 보유한 업체 선정
9일 머니투데이가 용산 대통령실 이전이 본격화 된 올해 4월 말 이후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재된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처 발주 공사를 전수 분석한 결과 지금까지 사무실 이전, 내부 수리, 건물 신축 등과 관련해 총 140여 건의 계약이 체결됐다.



창문 틀을 짜고 유리를 끼는 창호공사는 7건, 약 59억원 규모의 수의계약이 체결됐는데 모두 '국영지앤엠'이 맡았다. 이 업체는 1959년 설립돼 1994년 코스닥에 등록된 상장사로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은 650억원 수준이다. 특급 건설기술자 3명을 비롯해 총 18명의 기술자들이 소속돼 있다. 방화, 방탄, 방음 기능을 갖춘 방호유리 제작과 설치에 특화된 업체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내부 사무실과 상황실 등 리모델링 공사는 중소업체 '스토리이엔지'가 진행하고 있다. 경호처는 이 업체와 12건, 총 62억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경기도 일산에 본사를 둔 창립 7년차 업체로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은 31억원 수준이다. 학교, 상가, 사무실 등 다수의 중소 규모 리모델링 시공 경험이 있다. 기능사 2명을 비롯해 약 20명의 임직원이 소속돼 있다.



경호처는 약 70억원 규모 신축 건물 공사는 지명경쟁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했다. 경남 창원에 본사를 둔 중소 건설사인 연주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사로 결정돼 지난 7일 계약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사무실 내부 차폐(칸막이) 공사를 비롯해 냉난방, 수도, 소방 등 대통령실 운영을 위한 크고 작은 공사 계약이 다수 체결됐다. 대부분 계약금액 1억원 안팎의 소규모 공사였다.

지난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국방부 청사를 대통령 집무실로 새로 꾸리기 위한 리모델링 비용을 총 252억원으로 추정했다. 경호용 방탄창 설치를 비롯해 대통령 집무실과 접견실, 참모와 직원 사무실, 상황실 등으로 건물 내부는 바꾸는 데 쓰이는 비용이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앞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앞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다누림건설 수의계약 간유리 공사 뭐길래…업계 "조금만 수소문 해도 경험 많은 업체 많아"
대통령실은 전일 6억8000만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맺은 다누림건설은 간유리 공사를 맡았다고 설명했다. 공사 일정이 촉박해 급하게 수소문했다는 대통령실의 설명에도 업계에선 여전히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업체가 맡은 간유리 공사를 할 수 있는 업체는 현장 근처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간유리(frosted glass)란 투명한 유리에 모래분사, 유리식각 등 기법을 적용해 반투명하게 만든 자재다. 빛은 투과하지만 내부를 정확히 식별하기 어렵게 하거나 상징물, 로고 등을 덧붙일 때 활용한다. 외부에서 조달한 간유리를 붙이는 시공으로 특별한 기술력을 요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아무리 급해도 시공 품질이 중요한 대통령실 관련 공사를 현장과 거리가 먼 곳에 위치한 영세 업체를 특정해서 일감을 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간유리 시공은 현장 주변에도 조금만 수소문하면 경험을 갖춘 업체를 찾는 게 어렵지 않다"며 "굳이 포천에 있는 업체까지 부를 정도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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