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에 우는 동학개미, 블록딜에 뺨 맞았다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2.06.10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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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세장에 우는 동학개미, 블록딜에 뺨 맞았다


"더는 버틸 힘이 없네요. 상장할 때 무조건 더블(2배) 간다고 말하는 동생 말에 넘어가 집 담보 끌어다가 무슨 생각으로 넣었는지… 달마다 나가는 이자에 멘탈이 너무 흔들립니다."(카카오페이 종목토론방)

"제로 음료는 롯데칠성이지. 주가 거품도 제로."(롯데칠성 종목토론방)



연초부터 약세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K-주식이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쇼크로 애를 먹고 있다. 이번달 들어 블록딜 매각 소식이 알려진 롯데칠성 (125,600원 ▼1,500 -1.18%)카카오페이 (33,750원 ▲300 +0.90%)의 주가는 급락했다. 주가 급락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소액주주들은 푸념과 하소연을 쏟아낸다.

9일 롯데칠성은 전 거래일 보다 8000원(-4.1%) 내린 18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리오프닝(경기재개)으로 음료수 관련 매출 증가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해왔지만 롯데호텔이 보유 중인 롯데칠성 지분을 블록딜로 매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제동이 걸렸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은 전날(8일) 롯데칠성 20만주에 대한 주식 대량매매 기관 수요예측에 돌입했다. 매각 주관사는 삼성증권이 맡았으며 시간외 매각 할인율은 전날 종가 대비 3~5% 대로 알려졌다.

지난 7일 알리페이가 카카오페이 지분 500만주를 블록딜한다고 발표한 이후 카카오페이도 연일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카카오페이는 전 거래일 보다 1100원(-1.23%) 하락한 8만8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엔 15.57% 하락 마감했다.

알리페이는 카카오페이의 2대 주주인데 이번 블록딜로 카카오페이 발행 주식의 약 3.8%를 기관투자자들에게 팔았다. 전날 종가 대비 11.8% 할인된 가격으로 물량이 거래됐는데 오버행(잠재 매도 물량 출회) 이슈가 불거지면서 주가가 크게 빠졌다.


카카오페이에 대한 증권가의 눈높이도 낮아졌다. 삼성증권은 카카오페이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를 16만2000원에서 12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조아해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블록딜 지분 매각으로 알리페이가 보유한 잔여 지분과 관련된 오버행 이슈가 불거졌고 최근 글로벌 증시의 성장주 주가 조정에 따른 페이팔, 블록 등 경쟁사 밸류에이션 하락을 고려해 목표주가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약세장에 우는 동학개미, 블록딜에 뺨 맞았다
삼성전자·셀트리온도 블록딜…약세장에서 블록딜은 '치명적'
올해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 셀트리온 (176,600원 ▼800 -0.45%), 우리금융지주 (14,350원 ▲330 +2.35%) 등도 블록딜 매각이 진행되면서 주가가 단기적으로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보유하고 있던 회사 보통주 1994만1860주를 블록딜로 매각한 이후 '6만전자'로 주저앉았다.

블록딜은 주식을 대량 보유한 매도자가 장 중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시간 외로 지분을 매수자에게 넘기는 거래를 일컫는다. 장중 대량으로 주식이 거래되면 주가 급등락이 발생하기에 이를 막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대량의 주식이 시장 가격에 할인율을 적용받아 더 싼 가격에 거래되기에 블록딜 소식이 알려진 다음날 주가가 하락할 확률이 높다. 아울러 오버행 이슈도 생겨 단기간 주가 회복이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호재가 나와도 주가 반등이 쉽지 않은 현재의 약세장 분위기에선 블록딜 이슈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해 외인들의 매도세가 이어지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블록딜 이슈가 불거지면 주가에 더 큰 악영향을 끼친다"며 "통상 시장에선 블록딜로 전체 지분의 1% 내외의 주식 거래가 진행되면 주가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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