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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제약 창업주의 이상한 행보, 자사 주식 팔고 경쟁사 주식 사고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2022.06.0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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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이어 6월 하나제약 주식 매도
5월 삼진제약 주식 10만여주 매수



하나제약 창업주 조경일 명예회장이 올해 또 한번 하나제약 보유주식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경쟁사 삼진제약 주식을 무서운 속도로 늘린 후다. 삼진제약은 현재 조 명예회장과 자녀 등 하나제약 일가가 공동창업주 일가에 이어 3대주주인 회사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지난 2일 하나제약 (14,750원 ▼50 -0.34%) 보유주식 15만주를 약 29억3200만원에 시간외 매매했다. 이에 따라 조 명예회장의 하나제약 보유주식 수는 38만8012주로, 지분율은 2.12%가 됐다. 조 명예회장의 주식 처분은 지난 1월 5만주(약 9억3600만원)에 이어 불과 5개월 만이다. 당시 그는 2018년 상장 후 무상신주 취득에 따른 증가 말고 변동없던 주식을 돌연 줄였다. 하나제약 관계자는 "개인이 결정한 일로 회사에서 이유를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 명예회장의 잇단 보유주식 처분이 하나제약 지분구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하나제약은 일찌감치 지분승계가 이뤄졌다. 이는 특수관계인 대표가 조 명예회장에서 장남 조동훈 부사장으로 바뀐 2013년 중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하나제약은 조 부사장이 지분 25.29%로 최대주주다. 이어 조 명예회장의 차녀 조예림 이사 11.46%, 장녀 조혜림씨 11%, 배우자 임영자씨 4.59%, 조 명예회장 2.12% 등의 순이다. 특수관계인 총 지분도 57.72%로 매우 안정적이다.



하나제약 창업주의 이상한 행보, 자사 주식 팔고 경쟁사 주식 사고


주목할 부분은 조 명예회장이 최근 경쟁사 삼진제약 주식을 공격적으로 늘려왔다는 점이다. 조 명예회장을 비롯해 하나제약 일가는 지난해 초 삼진제약 합산 지분율이 6.52%라며 삼진제약 지분을 보유하고 주요주주에 등극한 사실을 처음 알렸다. 국내에선 '5%룰'에 따라 상장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이들에게 보고의무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후 이들은 5% 이상 보유한 지분에서 1% 이상 지분 변동이 발생할 경우에도 반드시 보고를 해야한다.

당시 삼진제약 (21,100원 ▼200 -0.94%) 지분 매입에는 하나제약, 조 명예회장, 조 부사장, 조예림 이사, 조혜림씨, 첫째사위 강성화씨, 배우자 임영자씨(현재는 삼진제약 주주 아님) 등이 동참했다. 이들이 밝힌 투자목적은 '단순투자'다.

이후 하나제약과 조 명예회장 일가는 삼진제약 보유주식 매수와 매도를 반복했다. 결과적으로 2021년 말 하나제약 측의 삼진제약 지분율은 하나제약 2.4%, 조 명예회장 1.2%을 포함해 총 7.1%로 연초 대비 소폭 올랐다. 올해 2월 초까지도 이들의 삼진제약 합산 지분율은 9.18%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계속 확대됐던 하나제약 측의 삼진제약 지분율은 올 3월 갑자기 7.77%로 떨어졌다. 하나제약 법인이 삼진제약 보유 주식을 늘렸지만 조 명예회장 일가는 줄인 영향이다.


하지만 올 4~5월 상황이 다시 달라졌다. 하나제약은 물론 조 명예회장 일가가 다시 삼진제약 보유주식을 늘려서다. 이들의 현재 지분율은 9.5%로 역대 최고치다. 특히 조 명예회장이 5월 한 달에만 삼진제약 주식 10만4690주를 사들였다.

하나제약 측과 삼진제약 경영진 지분율 격차는 더욱 좁혀졌다. 삼진제약은 조의환 회장, 최승주 회장이 공동 창업한 회사다. 지난 3월 말 기준 조의환 회장 일가(조 회장·장남 조규석 부사장·차남 조규형 전무 등) 지분율이 12.9%로 최대주주다. 이어 최승주 회장 일가(최승주 회장·장녀 최지현 부사장·차녀 최지선 전무 등)가 지분율 9.9%로 2대주주다. 최승주 회장 일가와 격차는 1%포인트도 안난다. 다만 하나제약 관계자는 "삼진제약 지분 매입은 단순투자 목적"이라며 "(추가 매입 여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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