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메타버스 허상론'에 대한 반박

머니투데이 김창훈 KRG 부사장 2022.06.10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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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컴스 트루.'(Metaverse comes True.)

지난해부터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메타버스를 두고 실체가 없는 허망한 개념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메타버스가 의미하는 가상세계, 세컨드라이프는 새로운 이슈가 아닌 예전부터 존재한 개념이라는 것. 실제 기술발전도 더딘 상황에서 성공사례가 드물고 일부 게임분야에서 활용될 뿐 전 산업적으로 확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 메타버스는 단지 고비사막의 '신기루'일 뿐이라는 게 비판의 요지다. 뭔가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기만을 바라는 인간의 막연하고도 낙관적 욕망의 '근사한 표현'이 바로 메타버스라는 것이다. 과연 메타버스는 허상이고 단지 신기루일까. 실체 없는 허상이라 여겨 이제 막 피어오르는 메타버스에 대해 기술개발이나 투자를 소홀히 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과거 사례를 보자. 대부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나 신기술은 초기에 시장에 안착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을 요한다. ERP(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가 국내에 첫선을 보인 1990년대 후반, 많은 전문가는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당시 기업 입장에서 분식회계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외부에 재무회계를 투명하게 선보인다는 게 쉽지 않은 상황에서 ERP 도입은 모험이었다. 게다가 이미 현업에서 비체계적으로 숙달된 노하우와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에 대한 현장 실무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20여년이 흐른 오늘날 국내 제조업의 90% 넘는 기업이 ERP를 기본 업무솔루션으로 사용한다.



IT아웃소싱이란 개념이 국내에 소개된 1990년대 후반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자사의 핵심 전산업무를 외부기관에 맡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팽배했다. 전산자원이란 게 기업의 핵심자산으로 규정돼 통째로 아웃소싱하는 것은 당시로선 상상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어떤가. 아웃소싱을 뛰어넘어 클라우드라는 렌탈 모델이 보편화한 IT인프라로 자리잡았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국내에 소개된 게 2000년대 후반이다. 초반의 우려를 불식하고 최근에야 시장에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을 고려하면 10여년이란 기간이 필요했다.

2000년대 초 인터넷붐을 타고 e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오프라인 업무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게 당시에도 '그게 가능하냐'는 우려 섞인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의 프로세스가 디지털로 전환되는 것은 필수과정이다. 개인도 매한가지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금융업무를 보는 것도 처음에는 낯선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나 익숙한 상황이 됐다. 처음에는 유행(Fashion)처럼 시작했지만 열풍(Passion) 과정을 거쳐 이제는 제자리(Position)를 잡기 시작했다.



실제 메타버스를 환상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은 지금의 메타버스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이 신기루를 보는 것처럼 들떠 있을 뿐 과도기간이 지나면 분명한 대세가 될 것이란 의견이 반영돼 있다. 메타버스 자체의 기술수준과 산업별 활용수준이 아직 일정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제 태동기라는 점에서 메타버스의 현재 시장 상황은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유아기에 불과하다.

물론 논쟁의 여지는 많다. 오프라인과 연계되지 않은 사이버 세상이란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이다. 게다가 최근 '루나' 사태처럼 메타버스에서 통용되는 가상자산(암호화폐) 등 메타버스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밀레니얼세대(MZ세대)는 오프라인 세상과 별개로 온라인 그 자체로서 세상을 일상사처럼 영위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초기 시장 특성상 언제든지 시행착오는 겪을 수밖에 없으며 시간이 지나면 문제들은 해소되고 시장은 정착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메타버스가 초기부터 과열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메타버스 허상론이 거론되는 이유는 지금 시점에 좀 더 냉철하게 판단하고 우선순위를 충분히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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