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가 반토막?' 이재용, 삼성SDI에 힘 실었다…수뇌부와 유럽 출장길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2.06.0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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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네덜란드 등 유럽으로 출장을 떠나고 있다. 2022.6.7/뉴스1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네덜란드 등 유럽으로 출장을 떠나고 있다. 2022.6.7/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등 배터리 사업 최고위 경영진과 동반 출국하면서 그 배경과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한 외국계 증권사로부터 '매도' 의견 보고서가 나와 주가가 큰 폭으로 출렁였지만 이것과 무관하게 그룹 총수가 배터리 사업에 조용히 힘을 실어주는 모습으로 읽혔다.

배터리 핵심 사업부장 총출동···이 부회장과 10시간 이상 비행, 무슨 얘기 나누나
8일 재계에 따르면 최 사장은 전일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 유럽 현지 고객사들과 파트너십 점검 및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최 사장의 유럽 출장길은 이 부회장의 전세기를 통한 네덜란드 출장길과 맞물리면서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최 사장이 삼성SDI 수장으로서 이 부회장과 함께 출국길에 나선 것이 이번이 처음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눈에 띄는 점은 삼성SDI 핵심 고위 경영진도 총출동했단 점이다. 장혁 삼성SDI 연구소장, 박진 삼성SDI 중대형전지사업부장, 김윤창 삼성SDI 소형전지사업부장(이상 부사장) 등 삼성SDI 수뇌부가 모두 대동했다.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외에도 독일 등 그룹의 파트너사가 있는 다른 유럽 국가들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첫 행선지가 네덜란드라고 가정시 최소 10시간 이상을 삼성SDI 경영진과 비행기 안에서 밀착 동행하게 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유럽에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고객사들을 주로 만날 것으로 알려졌지만 필요에 따라 삼성SDI 경영진과 함께 자동차 고객사들도 만나 중장기 파트너십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 부회장이 7일부터 최소 10일 넘게 머무르는 등 비교적 긴 출장이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이 소식에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 핵심 경영진이 모두 이례적으로 자동차 업계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유럽 출장길에 오른 만큼 그 곳 고객사들을 두루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하리란 건 당연한 이야기"라며 "최 사장이 올 해 새로 부임했기 때문에 현장 경영을 확실히 하고 핵심 관계자들과 현지에서 미래 전략을 구상하고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유럽은 삼성SDI의 최대 매출처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SDI의 유럽 시장에서의 매출액은 4조8847억원으로 매출 비중이 가장 컸다. 전체 매출액(13조5532억원)의 36%를 웃돈다. 최근 유럽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터리 부문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실제 볼보, BMW, 폭스바겐 등 굵직한 삼성SDI의 고객사들이 모두 유럽에 몰려 있다. 삼성SDI가 최근 함께 합작사 설립을 발표한 스텔란티스도 미국과 유럽 기업 간 합작회사다. 이탈리아와 미국 합작사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 푸조시트로엥(PCA) 그룹 간 합병으로 탄생한 법인이 바로 현재 세계 4위 자동차 업체 스텔란티스다.

고객사 파트너십 강화·차세대 배터리 논의 예상···이 부회장 황금 자동차 인맥 다질 가능성도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전장 사업에 관심을 두고 스텔란티스 대주주인 투자회사 엑소르(Exor) 사외이사로 다년간 활동했던 이력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을 통해 완성차 기업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삼성SDI의 사업 네트워킹에 힘을 실어 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 인맥은 부품사인 삼성SDI 입장에선 '황금인맥'일 수 있다.



존 엘칸 엑소르 회장과 이 부회장은 오랜 기간 친분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2012년부터 엑소르 이사회 활동을 하다 국정농단 이슈에 휘말려 해외 활동에 차질이 빚어지자 2017년 임기도중 이사직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삼성SDI 기흥 본사/사진=머니투데이DB삼성SDI 기흥 본사/사진=머니투데이DB
삼성SDI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장 소장이 함께 출국한 만큼 삼성SDI가 고객사들과 '차세대 배터리' 채용에 관한 논의도 함께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삼성SDI는 올해 3월 경기도 수원시 삼성SDI 연구소 내 약 6500㎡(2000평) 규모의 전고체 전지 파일럿 라인(S라인)을 착공했다. 전고체 전지는 전해질을 액체 대신 고체로 만든 것으로 화재로부터 위험성을 현격히 낮출 것으로 기대되는 한편 주행거리를 높일 수 있어 '꿈의 배터리'라 불린다. 삼성SDI는 2025년 시제품을 선보인 뒤 2027년 전고체 전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S라인은 이르면 2023년부터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데 공장 가동과 함께 고객사에 샘플을 보낼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전고체 배터리 외에도 삼성SDI는 현재 테슬라 등이 요구하는 원통형 전지 대용량화 연구개발에도 힘쏟고 있다.

이같은 업계 관측들에 관해 삼성SDI 관계자는 "최 사장 등 고위 경영진의 출국 사실은 맞다"면서도 "출장이란 게 현지에서도 수시로 일정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정확히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 무엇을 논의할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 씨티그룹이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내고 보수적 투자 움직임이나 각형 배터리 점유율 축소 등을 이유로 투자의견 '매도'를 내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일각의 시장 관측과 무관하게 이 부회장이 삼성SDI 경영진과 동반 출장하면서 삼성SDI의 차별화된 경영 전략에 묵묵히 힘을 실어준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국내외 경쟁사들에 비해 삼성SDI가 보수적 투자를 보인다는 지적도 있지만 삼성SDI는 철저히 수익성 위주의 경영 전략을 구사해왔다. 지난해 처음으로 전기차향 중대형 배터리 사업에서 연간 흑자를 기록하고 전자소재를 포함, 전사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최 사장은 올해 1월 신년사에서도 '초격차 기술 경쟁력' '최고의 품질' '수익성 우위 질적 성장'을 앞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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