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치솟자 인버스 ETF 몰려든 개미들…"손실 폭 커질 수 있다"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2022.06.0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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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치솟자 인버스 ETF 몰려든 개미들…"손실 폭 커질 수 있다"


국제 원유 가격이 급등하자 하락에 베팅하는 개미가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유가 선물 백워데이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선물에 투자하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시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유 상승에 따른 ETF 가격 하락에 롤오버 비용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8일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 (4,055원 ▲10 +0.25%) ETF는 전 거래일 대비 35원(0.91%) 내린 3830원에 장을 마쳤다. 'TIGER 원유선물인버스(H) (2,695원 ▲10 +0.37%)' ETF도 25원(0.93%) 내린 2670원을 기록했다. 두 ETF는 최근 한 달 동안 각각 15.82%, 15.91% 하락했다.



이들 ETF는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하락할 때 수익을 낸다. WTI 원유 선물 가격 움직임을 나타내는 'S&P GSCI Crude Oil Index ER' 지수의 -1배 추적을 목표로 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간 두 ETF에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세가 몰렸다. 개인 투자자는 KODEX와 TIGER 인버스 ETF를 각각 1019억원, 950억 사들였다.



개인 투자자의 기대와 달리 최근 국제 유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했고 이달 7일(현지시간)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19.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3월8일 이후 최고치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쟁 등으로) 원유 공급이 부족해 유가가 높게 유지돼 왔는데 최근 상하이 봉쇄 완화, 계절적 수요 증가 이슈가 더해져 유가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향후 유가는 단기적으로 오르거나 유지된다는 전망이 우세하나 원유 선물 시장의 상황은 다르다. WTI 7월물(근월물) 가격은 119.41달러, 8월물(차근월물)은 117.10달러로 1.935% 백워데이션 상태다. 월물이 멀어질수록 2~3% 하락세다. 백워데이션은 선물이 현물 대비 저평가 돼 근월물 가격이 차근월물 가격보다 높은 것을 말한다.


송민규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ETF운용팀 매니저는 "구조적으로 선물 시장은 현존 가격의 잔존 만기나 가격 전망, 실제 보유 비용 등 다양한 요인이 더해져 가격이 결정된다"며 "유가가 많이 상승하다보니 많은 투자자들이 몇 달 뒤 혹은 1년 뒤에는 가격 하락을 예상해 미래 가격이 더 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유가 시장이 백워데이션인 상황에서 인버스 ETF 상품의 경우 음의 방향으로 롤오버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선물은 종목마다 만기가 정해져 있어 선물 투자를 이어가려면 만기 전 다음번 만기(차근월물)로 종목을 교체하는 롤오버가 필요하다. 백워데이션 상황에서 선물 인버스 ETF 상품은 싼 걸 팔고 비싼 걸 사는 구조라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송 매니저는 "일반적인 백워데이션 상황에서는 이달 만기인 원유 선물보다 다음달 만기인 선물이 더 싸기 때문에 정방향 ETF라면 선물 만기가 다가올 때 비싼 걸 팔고 미래 가격이 싼 걸 사 이득이 난다"며 "하지만 인버스는 더 비싼 월물을 매수해 포지션을 없앤 다음 싼 걸 매도하니 손실이 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유가가 장기적으로 하락한다고 해도 인버스 ETF 투자자가 예상한 만큼의 수익을 얻기 어렵다. 투자자의 실현 수익률은 원유 선물 수익률에서 롤오버 효과를 제외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달간 원유 가격이 5% 하락하더라도 롤오버 효과가 -2%라면 1개월 보유수익률은 3%에 그치게 된다.

송 매니저는 "장기적으로 유가가 하락한다고 봤을 때 선물로 투자한다면 롤오버에 따른 백워데이션 손실 리스크가 크다"며 "월물간 가격 폭이 크게 늘어나기도 하기 때문에 현재 유가뿐 아니라 미래 월물 가격도 유심히 보면서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수익률을 따라가는 인버스나 레버리지 투자는 지수가 하락했다 제자리를 찾더라도 본전이 아닌 손실이 더 발생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횡보한다고 했을 때 이러한 구조적 손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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