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루나' 권도형, 나랏돈 5억으로 첫 창업 R&D…평가는 '실패', 환수 NO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2022.06.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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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2015년에는 스타트업 애니파이를 창업했다.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2015년에는 스타트업 애니파이를 창업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직전 창업한 회사가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아 연구개발(R&D)을 진행했지만 '불필요한 개발'이라는 평가와 함께 상용화에는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권 대표가 2015년 9월 창업한 스타트업 애니파이는 이듬해인 2016년 4월 중소벤처기업부 기술창업지원사업 팁스(TIPS)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R&D에 5억원, 사업화·해외진출에 2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당시 애니파이는 모바일 기기들을 연결해 와이파이 도달범위를 확장시키는 'P2P 와이파이' 기술 개발을 제안했고, 액셀러레이터 인포뱅크의 추천을 받아 예산도 지원받았다.



문제는 애니파이가 국고를 지원받아 개발한 기술이 수요가 없으며 사용할 수 없는 기술이었다는 점이다. 머니투데이가 국회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중기부 팁스 평가위원 5인은 지원 종료 후 진행한 애니파이의 R&D 과제와 사업화에 대해 전원 '실패' 판정을 내리고 귀책사유가 기업과 대표에게 있다고 평가했다.

애니파이의 팁스 최종평가 보고서애니파이의 팁스 최종평가 보고서
한 평가위원은 "기술개발은 성공하였으나 사업화에는 실패했다"며 "사업의 핵심인 구글의 정책 변경을 예상하지 못하고, 변경된 'API 접속 제한 정책'에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평가위원도 "(출시했을 때도)관련 매출 실적이 없었으며 안드로이드 정책 변경으로 앞으로도 사업성과를 창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2017년부터 안드로이드가 보안요건을 갖추지 못한 앱의 테더링(인터넷 공유)과 와이파이 등 시스템 기능 접근을 제한해 애니파이가 무용지물이 된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애니파이 앱은 2017년 7월 업데이트를 멈추고 "안드로이드 'O(오)버전' 이상에선 호환되지 않을 수 있다"고 공지했다. 권 대표는 2018년 테라폼랩스를 창업하기 위해 애니파이를 떠났지만 해당 업데이트는 2017년 3월 권 대표가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글로벌 개발자들에게 공개됐었다.

환경 변화에도 권 대표와 애니파이는 추가 기술개발이나 사업모델 변경(피보팅)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에 평가위원 5명은 모두 대표와 회사의 책임을 지적했다. 한 평가위원은 "핵심적인 사업환경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사실상 불필요한 기술개발을 초래한 책임은 기업과 대표가 져야한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평가위원도 "대표자의 기술변화 예측 역량 부족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평가위원들도 "(실패의) 귀책대상은 기업 및 대표자에 있다"고 했다.
애니파이가 구글플레이스토어에 등록한 애플리케이션애니파이가 구글플레이스토어에 등록한 애플리케이션
사업화 과정에서 부적절한 인건비 사용도 드러났다. 2017년 11월 최종 평가와 별개로 진행된 '사업화 자금지원 평가'에서 평가위원들은 평가 결과가 '성공'이라면서도 "과제 비참여자에 대한 2400만원 규모의 5건의 인건비 불인정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건비 불인정 사유가 발생해 환수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주무부처인 중기부는 애니파이가 부적절하게 사용한 인건비에 대해서는 이미 환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중기부 관계자는 "팁스 규칙에 따라 부적절한 사용이 발생한 경우는 해당 금액을 일부 환수한다"며 "2400만원에 대해서는 전액 환수했다"고 밝혔다.


다만 지원이 이뤄진 R&D 자금은 환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애니파이가 팁스 성실성 평가에서 '성실수행' 평가를 받아서다. 사용자의 수요를 파악하지 못하고, 기술중심의 접근에 함몰됐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기술개발 결과는 도출한 것으로 인정받아 '성실수행' 판정을 받았다. 중기부 관계자는 "정부 R&D는 실패하더라도 열심히 노력한 경우로 평가받는 경우 '성실실패'로 인정해 사업비를 환수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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