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경쟁' 이창용식 개편안, '수재들의 무덤' 한은 체질 바꿀까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세종=안재용 기자, 김주현 기자 2022.06.0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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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이번주 조직개편을 포함한 경영·인사 혁신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창용 총재가 정부와 국제기구에서의 근무 경험을 토대로 검토한 조직 개선안으로, 한은에 소통과 경쟁 문화를 이식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수재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한은이 '이창용식 혁신안'을 토대로 조직 내부에 활력을 불어넣을 지 관심이 모인다.

7일 한국은행 등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이르면 이번주 중 조직개편안을 발표한다. 이창용 총재는 한은 창립 72주년인 오는 11일 발표할 창립기념사에도 이번 개편안에 대한 배경 설명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취임 직후인 지난달 초 조직개편 등 경영 개선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이는 지난해 '조직혁신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추진해온 중장기 혁신 방안으로, 한은은 전임 이주열 총재 때부터 머서코리아, 맥캔지앤컴퍼니 등 글로벌 컨설팅업체에서 받은 자문을 토대로 혁신안을 마련해 왔다.

이창용 총재는 IMF(국제통화기금)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통과 혁신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취임 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한은의 내부 조직을 긍정적인 경쟁이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이끌고 외부와의 소통을 강화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실례로 이 총재는 지난달 중순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4~5시 사이 20분 단위로 한은 직원을 상대로 '총재와의 대화'를 열고 있다. 직위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주제도 정해져 있지 않은만큼 기탄없이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의도다. 또 IMF식 블로그를 벤치마킹한 한은 홈페이지 내 블로그를 만들어 현안에 대한 임직원의 분석과 견해를 공유하는 등 소통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인사제도 개편안으로는 IMF식 '잡 포스팅' 방식이 거론된다. '잡 포스팅'은 한 직무를 놓고 여러 후보가 지원해 경쟁하는 방식이다. IMF는 국장급 인사 선임시 후보를 받고 면접 후 발탁하는데, 한은에도 비슷한 경쟁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당시 후보자 청문회에서 "내부적으로도 경쟁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IMF식 경쟁 방식이 외부에서 성공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것과 한 직위를 경쟁 방식으로 발탁해 채우면 연쇄적으로 다른 직위가 비게 되는 공백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앞서 한은이 지난해 받은 글로벌 인사 컨설팅 업체 머서코리아의 조직개편안에는 상여급 차등 지급, 직무급제 도입 등이 담겼다. 한은은 외부 업체의 진단에 내부 논의를 거쳐 인사와 직제, 경영 등 전반적인 혁신안을 마련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소통을 중요시하는 이 총재의 스타일을 고려하면 충분한 내부 논의를 거쳐 혁신안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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