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PI첨단소재, 롯데 등 제치고 베어링PEA 품에…왜?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22.06.0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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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고용보장 등 어필…'깐부' 경험도 영향

PI첨단소재 진천공장PI첨단소재 진천공장


세계 폴리이미드(PI) 필름 시장 점유율 1위 회사인 PI첨단소재 (18,090원 ▼720 -3.83%)가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PEA) 품에 안긴다. 롯데케미칼, 프랑스 알케마 등 쟁쟁한 국내외 기업들이 PI첨단소재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임직원 고용보장 등을 제시한 베어링PEA가 최종 승리를 거머쥐었다.

PI첨단소재는 7일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지난 3일 베어링PEA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주요 계약 조건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단, 아직 처분금액, 처분예정 일자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글랜우드PE는 지난달 PI첨단소재 지분 45% 매각 본입찰을 진행했다. 본입찰에는 베어링PEA를 비롯해 롯데케미칼, KCC글라스, 벨기에 소재 기업인 솔베이, 프랑스 소재 기업인 알키마 등 국내외 기업들이 참여했다.

PI첨단소재가 8년 연속 PI 필름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회사인 만큼, 본입찰 참여 기업들은 매각가 1조2000억원 이상을 제시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PI첨단소재는 2008년 6월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각사 PI사업을 떼어내 50대 50 비율로 합작 설립한 회사로, 전신은 SKC코오롱PI다. 2014년 1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 후 2020년 3월 글랜우드PE로 경영권이 이전됐다.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소재, 스마트폰 방열시트, EV(전기차) 배터리용 절연테이프 등을 생산한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동남아, 유럽 등 총 15개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019억원, 영업이익 759억원으로 창립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당초 IB(투자은행) 업계에서는 과거부터 화학 사업 분야를 꾸준히 확대한 롯데케미칼과 글로벌 기업인 알케마, 솔베이 등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베어링PEA가 가격적인 요소는 물론 임직원 고용보장 등 비가격적인 요소까지 강하게 어필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앞서 글랜우드PE와 베어링PEA가 '깐부'로서 한라시멘트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쳤던 것 역시 이번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두 회사는 2016년 4월한라시멘크 지분 99.7%를 6300억원에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했다. 당시 글랜우드는 4000억원, 베어링PEA는 18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후 2017년5월 베어링PEA가 글랜우드PE의 한라시멘트 보유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고, 이후 같은해 말 아세아시멘트에 한라시멘트를 매각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한라시멘트 인수 때도 베어링PEA가 당시 임직원 고용보장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며 "과거 인수 거래 시 쌓은 신뢰와 경험이 이번 우선협상자 선정에 있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주 내에 글랜우드PE와 베어링PEA가 주식매매계약서(SPA)를 체결하면,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를 접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승인을 거쳐 이르면 오는 9월에 계약이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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